인공지능(AI)은 빠르게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AI는 제조, 유통, 금융, 의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혁신하고 있고, 가정, 직장 등 일상부터 공공 분야까지 일상 곳곳에 자리 잡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 6월 만 18세에서 60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6.1%는 'AI가 일상 속 편리함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AI를 도입한 산업 현장은 생산성이 38.5% 향상됐고, 품질은 45.5%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4년 9090억원을 투입해 '전국민 인공지능 일상화'를 추진한다. 국민일상, 산업현장, 공공행정 등 국가 전방위적으로 인공지능을 확산해 국민 모두가 인공지능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AI는 이제 특정 전문가의 영역이나 학술 용어가 아닌 실체있는 혁신이자 삶의 동반자로 존재한다. 우리 일상에 스며든 AI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미 실현된, 그리고 실현될 AI와 공존하는 일상 시나리오를 가상과 현실 경계에서 풀어본다.
#이전자 30대 카드회사 마케터의 하루
“오늘 날씨는 맑음, 미세먼지는 보통 수준이 예상돼요. 일교차가 커 겉옷을 꼭 챙겨 가세요”
오전 8시 30분. 자동으로 커튼이 걷히고, 공기청정기가 가동되기 시작한다. 이 대리는 햇살에 부신 눈을 겨우 떠 노트북을 펼친다.
이 대리에게 필요한 출근시간은 단 5분. 노트북을 켜고 메타버스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노트북 앞에 앉은 이 대리는 스마트폰 앱을 켜 따뜻한 라떼를 선택한다. 곧 주방에 있는 커피머신이 에스프레소 샷을 뽑아내며 라떼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대리가 현재 회사로 이직한 이유는 자유로운 근무환경 때문이다. 빠르게 근무환경 디지털전환에 성공, 언제 어디서든 주어진 일만 해낸다면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직무 추천 사이트의 분석 결과가 마음에 들었다. 이 대리는 이직을 준비하며 AI 자기소개 작성 솔루션을 결제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피드백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이 대리의 업무 성향과 회사 조직 문화·리뷰를 토대로 매칭 점수도 알려줬다. 이 대리가 지닌 성격, 업무적 강점 등 무엇을 드러내면 좋을지도 AI가 추천했다.
오늘은 이 대리네 부서가 진행한 마케팅 캠페인 결과 보고가 있는 날이다. 이 대리는 지난 한달간 AI 기반 마케팅 플랫폼 '알고리즘A'를 활용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알고리즘A'는 정교한 AI 엔진으로 마케팅 목적과 고객 성향에 맞는 초개인화 마케팅을 진행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인화 메시지다. 마케팅 목적, 특화 기준, 선호 업종, 브랜드 등을 입력하면 타겟군 별 맞춤 메시지를 전송한다. 카드사 포인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 상품도, 알고리즘 A가 선별해 다르게 전송한다.
이 대리는 “알고리즘A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마케팅을 실시한 결과, 마케터 업무 효율도가 높아졌고, 마케팅 비용 효율성 역시 35%가량 향상됐다”며 보고를 마쳤다.
퇴근 후 이 대리는 AI 리터러시 스터디에 참가한다. 매주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퇴근 후 스터디를 모집했다. 이번 주제는 AI 챗봇 프롬프트다. AI에게 질문을 잘 하는 것을 넘어, 이 질문조차 AI에게 자동생성할 수 있도록 도구를 활용하는 과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 '갓생(신(God)과 인생을 합한 신조어)'의 기준은 더 높아진 듯 하다.
#김최고 50대 물류기업 CEO의 하루
경기도에서 물류기업을 운영하는 김최고 대표는 자동차에서 첫 업무를 시작한다. 김 대표가 목적지를 말하자, 차는 알아서 목적지를 설정하고 운전을 시작했다.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저녁미팅 탓에 부담스러웠던 장거리 출근길 운전은 자율주행차량이 알아서 해결한다. 김 대표가 착용한 스마트 워치와 연동,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김 대표의 정신을 맑게 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뉴진스 음악을 재생해주는 것은 덤이다.
AI비서가 김 대표의 하루 일정을 읊어준다. 어제의 물류 상황과 오늘 생산 계획을 보고하고, 오늘 우선 순위를 정리해줬다. 주요 일정은 신규 AI 솔루션 검토다. 김 대표의 공장은 물류 자동화 시스템 고도화에 한창이다.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 상품 운반·관리·보관까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 최적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AI비서가 읽어주는 주요 뉴스를 듣다보니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 도착 후 가장 먼저 물류 라인을 확인했다. 생산라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장애물을 사전에 예측하고 방지해주는 시스템 덕에 최적의 배송 경로와 시간이 계획되고 있다.
김 대표는 찬찬히 물류 데이터 분석팀과 신규 AI 솔루션을 검토했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수요 예측과 재고 최적화를 이끌어 낼 솔루션이다. 스마트 물류 도입 초기 단계였던 사물인터넷(IoT) 센서, 바코드 등을 활용한 단순 재고 파악·물량 관리에서 나아가 주문과 예측 유지 보수, 경로 최적화 등으로 연결되는 통합 물류 시스템이 목표다.
김 대표는 데이터 축적을 극대화해 물류센터 자동화를 일구겠다는 목표가 있다. 유통분야는 제조업과 의료업에 이어 3번째로 AI 적용 시장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관측되는 분야지만, 여전히 데이터가 부족해 물류 전용 솔루션을 도입하는데는 양질의 시간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 로봇 자동화 시스템도 도입했다. 로봇이 상품을 찾아 피킹하면 자동 포장 라인이 상품을 포장한다.
김 대표의 업무 마무리 역시 차에서 이어진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하루동안 물류 데이터를 뽑아 내일 전략을 수립했다. 집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 주문한 AI 추천 오늘의 저녁 식단 배달이 시작됐다. 동네 곳곳을 누비는 배달 로봇이, 이번에는 부디 길고양이를 만나지 않고 무사히 도착해주길 바랄 뿐이다.
#박신문 60대 인플루언서의 하루
“S/S트렌드에 맞춰 핑크나 라임 컬러 소품을 추가해보세요”
박신문씨는 AI스피커의 추천대로 쨍한 분홍색 스카프를 둘렀다. 스마트 거울에 달린 카메라를 다시 한번 쳐다보면, AI 스타일리스트가 색감, 스타일링, 트렌드, 체형 등을 분석해준다. AI 신약개발 기술에만 몰두하던 박씨가, AI 스타일리스트와 친해질 줄은 누구도 몰랐다.
박 씨는 제약회사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다 은퇴 후 패션에 빠졌다. 오피스룩만 입던 박 씨는 패션 세계에 입문해 다양한 옷차림을 시도했고, 얼마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금은 수십만 팔로워를 거느린 패션 인플루언서다.
처음에 손녀의 도움을 받던 박 씨는 이제 라이브 방송도 곧 잘한다. 알파세대 전용 메타버스로 여겨지는 'A메타버스'에서도 개성있는 아바타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박 씨의 하루는 대부분 업무 미팅이 주를 이룬다. 여러 패션, 화장품 회사와 업무 미팅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예정되어 있다.
박 씨의 일등 공신은 AI 비서다.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녹음해 텍스트로 변환시켜주고, 특정 시간과 요일 스케줄은 알아서 등록하고 알려주는 등 매니저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건강관리 미션 시간이에요. 스트레칭하며 저와 대화해요”
AI반려로봇이 박씨 곁으로 다가왔다. AI반려로봇은 정부가 지역자치단체와 협업해 인지능력 증진, 노인 우울증 예방 등을 위해 보급했다. 시간에 맞춰 건강관리 미션을 제안하거나, 끝말잇기 등 대화형 게임을 진행한다. 심리적 안정을 도울 뿐 아니라 위급 상황 시에는 바로 가장 가까운 지자체 의료센터로 연결돼 혼자 사는 독거 노인에게는 그저 든든하다. SNS도 정복했겠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AI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수강하기 위해 알아보는 중이다.
“마포에서 출발한 도심항공교통(UAM)이 8분 뒤 도착할 예정입니다”
박 씨의 귀가 쫑긋했다. 손녀가 출발한 모양이다. 오늘은 손녀와 함께하는 특별 라이브 방송이 예정되어있다. 생성형AI가 시즌 트렌드에 맞게 디자인한 옷을 입고 미니 패션쇼를 선보일 생각에 다시 마음이 설렌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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