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자동차산업 새로운 희망과 비상을 꿈꾸며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가 되면 TV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 베토벤교향곡 제9번인 합창을 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환희의 송가는 희망과 기쁨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오케스트라와 대규모 합창이 함께 어우러져 웅장하고 감동적인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새로운 삶의 희망과 기쁨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기분을 들게 한다.

하지만 교향곡 9번을 작곡했을 당시에 베토벤은 이미 청력의 대부분을 상실했으며 심각한 위장질환과 간염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강인한 의지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인류의 화합과 자유를 노래했고, 곡 자체가 주는 감동을 넘어 역경에 주저앉지 않고 음악에 대한 숭고한 열정을 다했던 베토벤의 삶을 통해 더욱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2023년도 한국 자동차산업을 되돌아보면 마치 베토벤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이뤄낸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올해 자동차 시장은 미·중 패권경쟁 등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 확대에도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계의 노력으로 생산이 확대돼 5년 만에 400만대 생산 규모를 회복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협상과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이 더해져 2016년 이후 최대 실적인 270만대 수출을 기록했다.

수출액은 약 700억달러에 달해 전년에 이어 역대 최대 수출액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산업을 합산할 경우 수출액은 최대 930억달러를 돌파하고 무역수지도 연간 약 700억달러 규모로 1위를 기록, 어려운 시기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2024년 한국 자동차 산업은 더욱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새해 자동차 시장은 대내적으로 경기 부진, 고금리 등으로 소비 여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자국 산업 중심의 보호주의 무역 기조로 수출 확대 여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내수 위축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경영 악화가 가중되지 않도록 개소세 감면, 노후차 교체구매 지원, 친환경차 구매활성화 등 다양한 소비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주요국의 자국 생산 우대정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 수행을 위해 꾸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수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와 미래차 등 국가전략기술의 세제혜택 연장과 함께 미래차 특별법 하위법령의 조속한 제정을 통한 부품기업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올해 말 만료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와 2024년 일몰 예정인 미래차 등 국가전략기술의 세제혜택 기한을 연장한다면 미래차 특별법에 근거한 관련 부품기업의 육성과 지원을 더욱 구체화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동차 수요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노동제도 선진화와 함께 미래차 인력양성 등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힘을 합쳐 미래차 개발을 위한 투자와 기술 개발에 힘쓴다면, 한국은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베토벤의 '환희'처럼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룰 것이다.

2024년, 한국 자동차 산업의 '환희'를 위해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한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nhkang@kam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