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지구와 비슷한 물리적 조건을 갖춰, 이를 이해하면 지구에 대한 이해도 높아집니다. 금성 대기를 살피는 이번 캠페인으로 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래를 보다 잘 알게 되고, 우리나라 행성과학 학문 발전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연주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 및 지구과학연구단장(행성대기그룹 CI 겸임)은 곧 금성 대기 수수께끼에 한걸음 다가설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이 IBS에서 주도해 지난 9월부터 시작한 금성 관측 국제 캠페인을 통해서다. 금성 구름 내 '미확인 흡수체'와 이산화황 가스 양을 측정할 과학적 자료를 수집한다.
지상, 그리고 우주에서도 관측한다. 지상에서는 서울대 망원경과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 망원경을 비롯해 일본·스페인·스위스·러시아 망원경이 참여한다. 우주에서는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가 관측한다.
이 단장은 “분석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며 “이번 캠페인 만으로 논문 두세개는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번에 '미확인 흡수체 미스터리' 실마리에 다가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금성은 대기 중 이산화황 양이 오르내리는 등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는데, 미확인 흡수체가 중요 요소로 거론된다. 미확인 흡수체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데, 이름처럼 정체를 알 수 없다.
지상과 우주에서 함께 관측하는 것도 미확인 흡수체 때문이다. 이 단장은 “금성에서 반사되는 빛 중 짧은 파장의 것은 지구 오존층에 흡수돼 지상에서는 관측할 수 없다”며 “지구 대기 밖 우주 관측도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번 캠페인은 여러 의미·의의가 있다. 학술적으로는 '왜 금성이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는지' '우리 지구 기후는 어떻게 변화할지'를 파악하는 기반이 된다.
이 단장은 “금성은 지구와 가까운 천체로 형성 초기 구성성분도 유사해 지구 이해에 꼭 필요한 존재”라며 “우주에서 물이나 생명체 유지조건을 이해하기 위해 꼭 참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캠페인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단장은 “국제 협력으로 외국 탐사선을 활용하는 실리적인 부분이 주효하다”며 “이는 앞으로 우리가 직접 탐사선을 보낼 때 국제협력에도 참고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 단장은 이번 캠페인이 우리 행성과학 학문 발전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 스스로 '행성연구의 씨앗을 뿌린다'는 마음가짐으로 귀국하기도 했다. 이 단장은 유럽우주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임무에 참여한 바 있고, 미항공우주국(NASA)와 ESA에서 올해 창설한 금성과학협력그룹(VeSCoor)에도 참여한다.
이 단장은 “지난해부터 1년에 두 번씩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학부 연수학생을 뽑고 있고, 행성과학에 관심있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데이터 워크숍도 연 2회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캠페인 성과로 국내 우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더 많은 씨앗이 행성과학 학계에 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