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PC업계가 새해 부진 탈출 전략으로 '인공지능(AI)' 수요 공략을 꼽고,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주력 시장인 공공뿐 아니라 기업, 일반 소비자까지 AI 수요가 보편화하면서 새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에이텍, 대우루컴즈, 삼보컴퓨터 등 국산 PC업체는 새해 AI 특화 프로세서와 솔루션을 적용한 'AI 데스크톱'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에이텍과 삼보컴퓨터는 지난 15일 인텔이 공식 출시한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데스크톱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인텔 신형 프로세서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성능을 지원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을 갖췄다.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자체 연산이 가능해 'AI 프로세서'로 불린다.
에이텍과 삼보컴퓨터는 신제품 출시를 위한 사업성 검토와 제휴 업체 및 솔루션을 물색 중이다. AI 특화 데스크톱을 출시하려면 신형 프로세서 탑재 외에도 하드웨어(HW) 성능을 최적화할 솔루션과 사용 목적에 따른 애플리케이션도 필수기 때문이다.
에이텍 관계자는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가 제대로 구동하려면 다양한 지원 솔루션이 필요한데 자체 개발은 물론 다양한 기업 제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AI 교육이 주목 받으면서 신형 데스크톱 출시로 공공과 교육, 보안 등 특화된 영역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루컴즈도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데스크톱 개발을 검토하는 동시에 초거대언어모델(LLM)에 특화된 데스크톱 출시를 우선 준비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고사양 데스크톱에 LLM 기반 생성형 AI가 기본 탑재된 데스크톱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제품은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PC에 탑재된 기본 기능으로 프레젠테이션, 기안 작성 등 기본적인 문서 작성을 돕는 AI 특화 데스크톱이다. 대우루컴즈는 생성형 AI 탑재를 위해 국내외 기업과 협업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제품 출시 후 공공뿐 아니라 기업과 일반 소비자용 시장까지 폭넓게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HP나 델 등 글로벌 PC업체들도 새해 AI 특화 데스크톱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국산 PC업계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신제품을 선보인다
국산 PC업계가 새해 AI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주력 시장의 불황과 신성장 동력 발굴 필요성 때문이다.
에이텍, 대우루컴즈, 삼보컴퓨터는 전체 매출에서 공공 부문 비중이 90%를 넘는다. 하지만 공공 부문의 노트북 전환이 가속화되고 경쟁마저 심화하면서 회사 매출은 지속 감소했다. 올해 역시 이들 기업은 전년 대비 매출이 10~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 민간 모두 AI 수요가 늘면서 데스크톱 시장에 새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생성형 AI 등 AI의 일상화가 확산하고, 네트워크 연결 없이 데스크톱만으로 AI 이용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후 소규모 사업장에선 서버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온다.
권상준 한국IDC 이사는 “AI 기능에 특화된 프로세서 등장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모두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늘어나는 AI 수요에 맞춰 국내 PC시장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