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첨단 기술경쟁력 확보에 융성과 쇠퇴 여부가 갈린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중요성이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원장 전성배)의 역할이 크다. 그 역할·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2023 국가 R&D 우수성과 100선'에 이들 지원을 받은 성과 다수가 이름을 올렸다. 그중 7건을 꼽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디지털 영역이 확장될수록 정보보안 중요성은 커진다. 이에 정보보호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 일환으로 도출한 '동형암호 라이브러리(혜안) 개발 및 해외시장 개척' 성과도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크립토랩 대표)팀이 성과 주체다.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 고속화된 동형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라이브러리(동형암호화 상태에서 연산하기 위한 구성요소 및 SW)를 개발했다.
동형암호는 암호화 상태에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암호체계 기술이다. 연구진은 이런 동형암호화 상태에서 기계학습을 할 수 있는 특수 알고리즘을 처음 개발했다. 이로써 개인 정보를 가린 채 금융·의료분야 등에서 기계학습이 가능해진다.
동형암호 라이브러리도 개발했다. 성능도 더없이 좋다. 동형암호 연산을 무한히 하는데 필요한 '부트스트래핑' 시간이 해외 라이브러리 대비 수배 이상 빠르다.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당초 동형암호 원조격인 IBM이 연구팀 라이브러리 활용 계약을 맺었다.
천 교수는 “동형암호 기술을 선도하는 한국이 응용영역에서도 선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혜안을 통해 프라이빗 AI 글로벌 리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정보보호핵심원천기술개발사업 일환인 '위험 패턴·징후 감지를 통한 범죄 예측기술'은 기술이 보안에 도움이 되는 경우다.
김건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융합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팀 성과다. 연구진은 국내 최초·최고 수준 지능형 폐쇄회로(CC)TV와 융합한 범죄예측기술을 개발했다. 소지품, 생물학적 특징, 성별 등과 음성정보 등을 활용한 다차원 범죄예측 성능이 80.9%에 달한다.
여러 대 CCTV에서 목표로 한 사람을 찾아내는 사람 재인식기술도 오픈 데이터베이스(DB) 기준 97.67% 정확도를 낸다.
실증 환경(와일드) 영상 내 위험 식별과 추적 AI 정확도 역시 높다. 이밖에 연구진은 드론 영상에서 창문을 검출하고 마스킹하는 기술도 구현했다.
기술 실증도 원활하다. 세종시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도시 범죄예방 및 긴급대처 서비스에 개발 기술d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도 범죄예측기반 CCTV 선별과제시스템에 활용한다.
김건우 책임은 “범죄예측기술 연구로 기존 핫스팟·타임 중심 통계 방식에서 실시간 상황 예측, 고위험 인물 재범방지 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다”며 “미래형 첨단 사회안전시스템의 글로벌 패러다임을 선도할 AI 기술 토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