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기업대출이 올해 3분기 증가해 명목국내총생산(GDP) 대비 227%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민간(가계·기업) 부문 부채가 저성장과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 강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8일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종렬 부총재보는 “가계신용의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범위 확대, 변동금리 대출 스트레스 DSR 도입 등 기 발표된 '가계대출 관리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돼야 한다”며 “기업신용의 경우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조정을 유발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부동산 관련 비중의 점진적 축소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추정치)은 227.0%로 집계됐다. 2분기 말(225.7%)보다 1.3%포인트(P) 증가했다. 가계신용 비율(101.4%)의 경우 직전분기(101.7%)보다 0.3%P 낮아졌지만, 기업신용 비율(125.6%)이 운전자금 수요와 은행 대출태도 완화 등의 영향으로 1.6%P 높아졌다.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주택 구입 자금 수요가 증가한 여파가 반영됐다. 실제로 자금 용도에 따라 신규 취급 가계대출(국내은행 기준)을 분류하면, 1∼3월 41.3%였던 주택구입 용도 비중이 4∼10월 46.9%로 증가했다. 연령대에서는 중장년층(40∼50대)이, 소득 수준에서는 고소득층(소득 상위 30%)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중장년층의 대출 비중은 1분기 49.1%에서 2∼3분기 중 50.5%로 늘었지만, 청년층(30대 이하) 39.1%에서 37.6%로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고소득 차주 비중은 55.7%에서 61.6%로 커졌다.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작년 하반기 이후 계속 높아져 3분기 말 현재 8.86%에 이르렀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1.91%)의 경우 은행(0.35%)의 약 6배 수준이다.
기업신용은 비은행권과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상호금융(새마을금고 포함),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권 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2019년 말 25.7%에서 올해 3분기 말에는 32.3%로 상승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2019년말 이후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이 각각 58.4%, 51.8% 증가해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 84.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대내외 충격에도 금융 안정을 유지하려면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하향 안정되도록 노력하고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을 키우며 정책당국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향후 시장 내 자금경색을 미칠 영향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건설업 특성상 개별 업체 문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 부총재보는 “지금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만약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부와 협력해 필요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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