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지급결제 산업에 있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해다. 불모지로 불리던 한국에 애플페이 도입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가 태동했다. NFC 결제는 국내에서는 사실상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던 영역이다. 인프라 구축과 수수료 등 여러 문제로 난관이 많았었다.
그간 NFC 결제를 놓고 카드사별 주도권 싸움도 치열했다. 실제 2015년 카드업계가 1000억원 기금을 조성해 추진한 영세가맹점 집적회로(IC) 단말기 교체 사업 때에도 하나카드와 비씨카드가 NFC 결제 기능 탑재를 요구했지만, 나머지 카드사인 앱카드협의체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국내에서는 긁거나 꼽은 플라스틱 결제가 여전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NFC 결제 생태계가 개화했다. 글로벌 카드사는 한국 NFC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한 글로벌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기존 형태 결제가 워낙 발전됐고, 단말기도 보급돼 있어 확산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애플페이 등 NFC 결제에 대해 다음 달 페이 또는 글로벌 결제시장에서 한국 시장만 갈라파고스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현대카드가 올해 애플페이를 국내에 론칭하면서 통일보다 늦을 것으로 추정했던 NFC 결제가 국내에서 시작됐다. 현재 상승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NFC 단말기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단말기 보급이 발목을 잡고 있다. 마그네틱보안전송방식(MST) 기반 삼성페이와 달리 NFC 결제는 전용 단말기가 필수적이다. 일례로 기존 단말기에서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 이용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휴대폰만으로 가맹점 결제나 대중교통 탑재가 가능하다. 반면 애플페이는 여전히 현대카드만 아직 사용할 수 있고, 결제 단말기도 제한적이다. 교통카드 기능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나마 환영할 만한 일은 NFC 결제 서비스가 국내에서 시작하면서 전업 카드사 모두가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카드 플레이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카드 3개사가 애플페이 추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향후 NFC 기반 결제 생태계 확대에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국내 전업 카드 모두가 NFC 기반 결제 방식을 채택한다면 향후 NFC 결제 단말기 보급이 비약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올해 애플페이 상륙으로 국내 NFC 결제가 씨를 뿌리는 해였다면 2024년은 이렇게 만들어진 시장을 키워내야 하는 숙제가 남겨졌다. 게다가 NFC 결제 단말기가 보급된다면 구글페이 등 다양한 글로벌 결제 방식이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비접촉 결제 불모지인 한국에 뿌려진 NFC 결제란 싹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존 카드사 혁신과 더불어 폰투폰 결제 확산, 외산 사업자 진출까지 2024년에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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