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산업의 화두는 단연 지속가능성이다. 필자가 태어난 독일에서는 2001년 '독일 지속가능 발전 위원회(RNE)'를 설립한 이후 지속가능성을 비롯해 ESG 이슈를 다루는 정부 산하의 자문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독일에서 열린 식품, 농업, 관광 등 각 분야를 막론한 국제박람회의 공통 주제도 '지속가능성'이었을 만큼 지속가능한 환경 구축에 대한 논의는 독일을 대표하는 담론이 됐다.
2020년 독일연방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55%가 스스로를 채식과 육식을 병행하는 '플렉시테리언'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인상 깊은 점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대체육을 1회 이상 구입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대체식품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분야다. 대체식품의 부상은 기후 위기, 식량안보 등 글로벌 문제와 긴밀히 연관된다. 수산물을 예로 들면 세계 해산물 소비량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무분별한 남획,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자연 어획량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으로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세계 해산물 부족량이 3500만톤 또는 연간 한국 소비량의 약 20배인 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지구 내 자원 소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탓에 대체육, 대체 수산물, 대체 단백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일 PwC가 올해 발간한 대체식품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3조원 수준이던 글로벌 대체식품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약 2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투자 금액과 건 수도 2017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체식품은 한국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 대체육 시장의 경우 258억원 규모로, 미국 시장의 50분의 1 수준이다. 대기업 위주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의 고정 선택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품 다양화, 인지도 향상 등 전통식품과 견줄만한 경쟁력이 필요하다.
대체식품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필수 과업으로 대체식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연구개발(R&D)과 기술 투자, 관련 정보 제공 등 다방면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소비자가 대체식품을 부담없이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대체식품에 대한 선입견 해소도 과제다. 전통 식품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면밀한 제품 테스트와 시장 트렌드 파악을 통해 식품 수준을 계속 끌어올려야 한다. 실제로 발효나 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하면 대체식품의 맛과 식감을 기존 식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코랄로도 자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 식품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풍부한 영양성분까지 갖춘 식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물성 대체식품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산업 성장에 본격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글로벌 푸드테크 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면 정부 지원과 함께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도 수반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먹거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건강한 미래를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나 알바네즈 코랄로 대표 sina@koralo-foo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