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공공 시장에 공급되는 89개 가운데 올해 한 건이라도 계약을 체결한 제품은 19개에 불과했다. 2020년 10월 공공분야 클라우드 공급을 위한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공공기관은 쓸만한 SaaS 솔루션이 많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민간 기업은 수익성을 이유로 공공 진출을 기피하고 있다. SaaS 전환 지원 등 공공 SaaS 시장 성장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에 따르면 공공시장 공급을 위해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받은 89개 SaaS 솔루션 중 계약을 한건도 체결하지 못한 솔루션은 70개다. 19개(21%)만 계약을 체결했고, 나머지 70개(79%)는 2000만원 이상 CSAP 인증 비용만 지불한 것이다.
올해 SaaS 계약 전체 건수는 135건, 계약 금액은 약 37억원이다. 2022년 계약 건수 153건, 계약 금액 41억원과 비교하면 20건 가까이 줄었다. 올해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 전체 계약 금액은 2177억원으로 지난해 85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SaaS 도입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공공 SaaS 시장이 이처럼 역성장한 이유는 이용할 수 있는 제품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용 SaaS가 1만1800여개인 영국, 1만5000여개인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공공기관 선택지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 상용SW 기업은 SaaS 전환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SaaS 개발을 주저한다. SaaS 전환에 성공했더라도 공공 시장의 낮은 수익성이 SaaS 기업의 공공 사업을 꺼리게 만든다.
CSAP 인증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도 공공시장 SaaS 확산을 더디게 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공공 사업에 필요한 CSAP 인증 획득에 수천만원의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해 인증을 포기하거나 취소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SaaS 평균 계약금액은 1건당 약 2740만원이다. 계약을 체결한 19개 제품 중 CSAP 인증 비용을 제외하고 수익을 거둔 기업은 절반 정도로 추정된다.
CSAP 인증 획득 이후 취소한 사례가 17건인데 그중 65%인 11건이 올해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해 CSAP가 유료로 전환되면서 비용 부담을 느낀 기업이 취소를 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관계자는 “공공은 여전히 시스템통합(SI) 형태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큰 규모는 SI로, 작은 규모 서비스만 SaaS로 도입하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계약이 체결된 SaaS 솔루션은 협업툴, 메일서비스, 챗봇, 화상회의 등으로 분야가 한정돼 있다.
이 관계자는 “민간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외산 클라우드(IaaS) 기반으로 제공한 SaaS 제품을 공공에서는 국산 클라우드에 맞춰 다시 개발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전환 비용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공공 SaaS 도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OSA 산하 SaaS추진협의회 관계자는 “CSAP를 비롯한 보안 규제와 비용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또 클라우드 네이티브가 확산되면 공공에서 SaaS 활용 요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