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이이잉.'
흰눈이 쌓인 전남 신안군 갯벌. 프로펠러를 힘차게 돌리며 드론이 하늘로 솟구쳤다. 비행을 시작한 드론이 바삐 움직이며 갯벌을 탐지하자 모니터 화면으로 갯벌이 비친다. 갯벌을 가로 세로 100미터 단위로 나눈 뒤 촬영을 시작한다. 인공지능(AI)에 수만장의 다양한 낙지 구멍 사진을 학습하게 한 뒤 드론 영상을 비춰주면 낙지 숨구멍을 95%의 정확도까지 파악해 낸다. 낙지 숨구멍수에 따라 낙지 자원 분포도가 완성된다.
얼마전 찾은 신안군 압해읍 대천리 갯벌어장에서는 드론으로 갯벌을 조사한 뒤, 부럿을 탐지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는 '갯벌어장 스마트 낙지 조업 지원 및 자원관리 서비스' 현장으로 정부 스마트빌리지 사업의 일환이다.
스마트빌리지는 읍·면 단위에 지능정보기술을 접목해 농어촌의 생산성 향상, 안전강화, 생활편의 개선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공모사업으로 농어촌 소외현상 심화와 지역균형발전 필요에 의해 탄생됐다.
신안군은 '갯벌어장 스마트 낙지 조업 지원 및 자원관리 서비스' 사업으로 2021년 정부 스마트빌리지 서비스 발굴 및 실증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7억 5000만원을 확보했다.
낙지는 갯벌의 최상위 포식자로 갯벌생태계 회복을 위한 핵심 생물이다. 낙지 자원관리가 돼야 낙지의 먹이원인 칠게, 갯벌의 정화자인 짱뚱어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신안군은 2021년 도초면 갯벌어장을 통해 낙지 자원관리와 어업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어장 상세지형도를 작성했다. 바로 낙지 숨구멍 개체인식을 통해서다. 성과가 나오며 사업대상지도 지도읍, 압해읍, 하의면, 안좌면, 암태면으로 추가 확대했다.
이를 통해 신안 어민들은 누구나 웹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스마트 신안'으로 간편하게 갯벌환경을 관측하고 낙지 분포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AI 기반 어장 상세지형도로 낙지 방류도 이뤄진다. 낙지 방류사업은 자원량 증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행된다. 암컷, 수컷 1마리씩 2~3일간의 교접작업 후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교접을 통해 방류한 낙지는 일반적으로 200개의 알을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군은 압해읍, 지도읍, 도초면, 팔금면, 안좌면 등 스마트빌리지 낙지자원 관리지역과 낙지목장을 중심으로 방류를 추진해 오고 있다. 낙지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생물다양성이 훼손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근해형 다도해 갯벌을 대표하는 신안은 펄 갯벌뿐 아니라 모래갯벌, 암반서식지가 복잡하게 형성돼 있다. 조하대와 조수로를 포함하면 804.59㎢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다양한 지형 특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1000 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된 신안은 순수한 갯벌 면적만도 331.1㎢에 달해 우리나라 갯벌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신안군청 관계자는 “방류는 수천마리의 낙지를 방류하며 방류자원의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금어기에 가까운 시일에 진행된다”며 “어촌계를 중심으로 낙지의 남획방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금어기를 확대하는 등 민과 관이 협력하여 자원보호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갯벌어장 스마트 낙지 조업 지원 및 자원관리 서비스' 사업은 공신력도 확보했다.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것이다. 국내 최초로 진행된 이 사업은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에 대한 과학적인 자원량 파악을 최초로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최근 열린 '제1회 2023 스마트빌리지 챔피언 페스타'에서 우수사례와 함께 챔피언을 수상했다.
신안군청 관계자는 “신안 갯벌은 전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최고 수준을 보이는 세계자연유산”이라며 “지역민과 관이 협력해 낙지자원을 방류하고 보호하는 만큼 자원량 증대를 통해 지역민들의 소득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