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스타트업 해외진출 도화선
의료·리걸테크까지 확장 기대
네이버가 새해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에 본격 착수한다. 디지털트윈 구축과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접목을 위해 조만간 출장단을 현지에 파견한다. 네이버는 소프트웨어(SW)발 제2 중동 붐을 일으키며 '게임체인저'가 된다는 목표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사우디 주요 5개 도시에 대한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트윈 구축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지난해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수주한 사업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디지털트윈은 컴퓨터 가상 모형에 실제 기상 현상이나 사물을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기술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예측·최적화 등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세계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사우디는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도시 계획이나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5년간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에서 순차 진행된다.
디지털트윈 플랫폼에는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자회사 네이버랩스 주축으로 개발한 AI, 증강현실(AR),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집약된다. 특히 네이버는 디지털트윈 플랫폼에 AI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을 중심으로 한 출장단을 파견, 디지털트윈에 생성형 AI가 기여할 방안을 모색한다.
네이버의 사우디 프로젝트는 5개 도시에 단계적으로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한 뒤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조가 될 예정이다. 일회성 수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1분기 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과 추가 신규 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네이버는 디지털트윈 플랫폼 수출을 발판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사우디에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사우디를 발판으로 중동 전역에 AI, 클라우드, 로봇 등 한국의 정보기술(IT)을 전파하며 SW발 제2 중동 붐을 일으킨다는 각오다. 과거 1차 중동 붐을 통해 '건물'과 '도시'를 지었다면, 올해부터 시작될 2차 중동 붐에서는 '데이터'와 'IT'로 가상세계에 현실과 동일한 도시를 짓게 되는 셈이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겠다”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네이버가 IT 스타트업들의 중동 수출에 대한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사우디 사업이 국내 스타트업과 공공기관들의 중동 진출 도화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네이버가 현지에서 디지털트윈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이 확대되며 생태계가 고도화되고, 국내 스타트업 중동 진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플랫폼은 기술 발전에 따라 산업과 사회의 변화를 흡수하며 영역을 넓혀간다. 따라서 이번 새로운 SW발 중동 붐은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같은 인프라는 물론 의료와 리걸테크, 여행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트윈 자체가 네트워크와 같은 기간 인프라 성격을 갖춘 핵심 기술인 데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운영되는 만큼, 이를 한국 IT기업 기술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무엇보다 중동 진출을 고려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네이버의 디지털트윈이 잘 구축되면 시너지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