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형 전기·수소 버스로 교체
친환경 정책·전동화 전환 대응
디젤·압축천연가스(CNG) 등 내연기관을 탑재한 시내버스가 도로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내연기관 수요가 전기·수소로 대체되며 시내버스 시장에서도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시내·시외버스용으로 생산, 국내 버스 운수 업체에 공급하던 디젤과 CNG 주력 모델 4종 생산을 이달부터 중단한다. 단산이 확정된 모델은 에어로타운 디젤, 그린시티 디젤·CNG, 에어로시티 디젤·CNG(고상형), 유니시티·CNG 디젤 4종이다.
에어로타운과 그린시티는 주로 초록색 지선·마을버스, 에어로시티는 파란색 간선버스, 유니시티는 빨간색 광역·시외버스 등으로 쓰이던 모델이다. 이로써 현대차 버스 제품군에서 시내버스로 활용할 수 있는 내연기관 모델은 에어로시티 CNG 초저상형 1종만 남았다.
그동안 국내 버스 생산 업체 중 유일하게 내연기관 시내버스 모델을 생산해 온 현대차의 대거 단산으로, 사실상 디젤 시내버스는 도로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현대차가 내연기관 시내버스를 단산한 배경으로는 친환경 정책 기조와, 올해부터 시행될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이 꼽힌다. 정부는 19일부터 교통약자의 이동이 쉽도록 시내버스 신규 도입 시 기존 고상버스 대신 차체를 낮춘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했다.
고상버스의 저상버스 전환 과정에서 현대차는 수요가 적은 디젤·CNG 주요 모델의 단산을 결정했다. 현재 전국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는 신차 도입 시 기존 CNG 시내버스를 저상형 전기·수소 모델로 교체하는 추세다. 충전이 불편한 일부 지역에서만 디젤 버스를 운영해왔다.
내연기관 시내버스 빈자리는 전기·수소 버스가 채운다. 현대차는 중형급 일렉시티타운(전기)을 비롯해 대형급 일렉시티(전기)와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 등을 계속 생산해 공급할 방침이다. 이밖에 국내 경쟁 업체인 KGM커머셜(구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등이 전기 시내버스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중대형 버스 시장의 전동화 바람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기준 현대차 일렉시티타운 등 주요 전기·수소버스 주문 시 출고 대기 기간은 12개월 이상이다. 전세·고속버스 등 중장거리용으로 공급하는 유니버스의 출고 대기 기간은 17개월 이상에 달할 만큼 수요가 높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친환경차 보급으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 시장에서도 결국 전기·수소차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전국적으로 수소·전기 버스 보급을 활성화하면 유지비 등을 절감할 수 있고, 차고지를 중심으로 충전소를 확대해 대형 상용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