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현직 야당 대표가 대낮에 피습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당직자와 지지자들이 섞여 있었지만, 제대로 된 경호나 응급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사고 후 20여분이나 지난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됐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이 받을 충격과 사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다. 관계 당국은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파악과 함께 허술한 경호체계 정비 등을 통해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사건 직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신속한 진상 파악과 이 대표 치료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 만큼 신속한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증오와 분노가 더욱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사건 직후부터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일방적 주장들이 유튜브와 온라인에 횡행하고 있다. 극단적인 증오 정치의 단면이다.
혹여라도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단호하게 배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를 망라한 정치권의 자기 성찰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증오의 정치, 독점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일갈한 것은 새겨들어야 한다.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유세 중 피습을 당했다. 그후 20여년이 흘렀지만, 극단적인 진영 대결과 증오 정치는 바뀌지 않고 오히려 견고해 지고 있다. 지금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로지 상대 진영과 당을 적대시하고 죽여야만 자신이 산다는 정치권의 행태는 변한 것이 전혀 없다.
4월 치러질 22대 총선을 앞두고 자기 진영을 결집시키고 상대 당과 진영을 극복의 대상으로만 삼는 양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 100일도 남지 않은 22대 총선에서만이라도 미래를 위한 정책 대결과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목소리다. 증오의 정치, 이제는 끝내야 한다. 상대방 탓만 할 게 아니다. 정치권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