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정치권 셈법 복잡, 거부권 행사·이낙연 창당 난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를 맞아 PK(부산·울산·경남) 일정을 소화하던 도중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정치권은 정치인을 향한 테러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번 사건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2일 부산 가덕도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던 도중 흉기를 든 괴한으로부터 목 부위를 찔렸다.

이 대표는 곧바로 민주당 관계자 등으로부터 지혈을 받고 구급차와 헬기 등을 이용해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경정맥 손상 의심 소견에 따라 대량 출혈이 우려되는 상태인 점을 고려해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다.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예정됐던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오찬도 취소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쾌유를 빌면서도 이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우선 대통령실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빠른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사실상 좌절된 모양새다. 앞서 대통령실 측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김건희 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다만 이 대표가 긴급 수술 이후 회복 단계에 들어서면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나거나 참모진을 보내 안부를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피습 소식을 듣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이 대표의 안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주만 해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하는 등 여야 공방에 직접 나섰지만 피습 사건 발생 이후 최대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자제하고 있다. 또 2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던 '2024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소화를 취소하는 등 일정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말 취임한 한 위원장은 신년 들어 지방 일정을 소화하는 등 총선을 위한 보폭을 넓혀 왔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수사 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사태 논의를 위해 3일 긴급 의원총회(의총)을 소집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의총을 통해 이 대표의 상태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매주 화요일 열렸던 여야 2+2 협의체 회의도 연기됐다.

다만 최근 이 대표와의 갈등을 드러내며 탈당과 신당 창당을 사실상 공식화했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 대표 측은 이르면 이번 주 창당과 탈당에 관한 생각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의 피습으로 인해 이를 연기가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님의 피습 소식에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이 대표가 어서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 폭력이 다시는 자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각을 세우며 탈당을 고민하던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 혁신계인 '원칙과상식'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의 피습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이 대표의 조속한 쾌유를 빌며 붙잡힌 용의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벌해 이와 같은 폭력행위가 다시는 우리 정치와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