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눈높이와 신뢰에 부합하는 성장 방향과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일 CA협의체 구성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CA협의체는 카카오그룹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독립기구이자 컨트롤타워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등 13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CA협의체의 경영쇄신위원회에 참여한다. 그동안 계열사별 자율경영에 의존했던 카카오가 강도 높은 책임경영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최악의 해를 보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게임즈의 외주업체 대상 불공정 용역 거래 의혹 등으로 정부와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여러 계열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의혹이 터졌다. 이 때문에 카카오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계열사 전반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CA협의체 개편은 이 같은 쇄신 요구에 대해 카카오가 내놓은 해법이다. 카카오는 국내 ICT 기업 중 가장 빠르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발빠른 혁신과 효율성을 무기로 그리고 필요할 때에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고속성장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결대상회사가 170개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회사가 됐다. 하지만 고속성장의 와중에 카카오만의 정체성이 희석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카카오는 올해 뼈를 깎는 자정 노력과 함께 부쩍 커진 계열사를 정비해야 한다. 카카오만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수 있는 사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계열사 내부 기강을 바로잡을 규범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혁신 플랫폼 기업의 대명사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카카오만의 비전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이것이 창업자가 쇄신의 필요조건으로 내세운 국민의 눈높이와 신뢰에 보답하는 길이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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