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전시회 CES 2024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려는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간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와 IT·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신시장 쟁탈전이 예상된다.
반도체 분야에서 CES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AI'다. 특히 국내 대표 반도체 제조사가 AI용 차세대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로 한판 승부를 펼친다. HBM은 챗GPT 등 생성형 AI 모델을 처리하는 AI 반도체에 꼭 필요한 메모리다.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를 통해 HBM 시장 반전을 도모한다. 현재 HBM은 5세대 제품인 'HBM3E'가 최신 사양으로, 곧 양산에 돌입한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하면서 존재감을 키웠는데, 이를 추격하려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행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CES에서는 HBM 수요 기업인 엔비디아·인텔·AMD 등 AI 반도체 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마케팅과 영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수성전을 펼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가장 높은 HBM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첨단 패키징 등 차별화 기술로 시장 영향력을 보다 견고하게 하는 전략을 내세울 전망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HBM3E를 양산한다고 밝힌 마이크론도 참전,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 칩 업체 간 격돌도 예상된다. 현재 AI 반도체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를 추격하기 위한 움직임이 매섭다. 인텔과 AMD가 대표적으로, 각사에서 개발한 AI 반도체 칩 마케팅을 위한 총력전을 펼친다. 특히 팻 겔싱어 인텔 CEO는 AI를 주제로 CES 기조연설에 나선다. '모든 곳에 존재하는 AI(AI Everywhere)'를 주제로, AI 반도체 칩의 중요성과 인텔 전략을 공유한다.
디스플레이 분야 역시 신성장동력 확보 경쟁이 최대 관심사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기존 TV·스마트폰에서 IT 및 차량용, 가상현실·확장현실(VR·XR)용 디스플레이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과 2024년 QD-OLED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태블릿PC 등 IT용 OLED에 선제 투자, 시장 대응이 한창이다. 또 퀀텀닷(QD) 기술로 차별화한 OLED 패널 기술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도 미래 먹거리를 CES에 전면 배치한다. 차량용 OLED가 대표적으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을 확대 적용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한다. 중국 BOE 역시 자동차 운전석 '디지털 콕핏'에 적용할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공개한다. XR용 디스플레이 신제품도 선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CES 2024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신성장 동력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차량용과 XR 등 새로운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