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60대 여성이 사망한 남편의 정자를 채취하는 권리를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
3일(현지시간) 더웨스트오스트레일리안,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주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죽은 남편(61) 몸에서 정자를 추출할 수 있게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 A씨(62)에게 허가 판결을 내렸다.
보도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 2013년 스물 아홉살의 딸을 익사 사고로 잃고, 2019년에는 서른 살의 아들마저 교통 사고로 먼저 떠나보냈다.
이후 부부는 다시 아이를 가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병원에서 두 사람의 나이 때문에 임신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대리모를 통한 출산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7일 남편까지 잃게 된 A씨는 이튿날 대법원을 찾아 사후 정자 채취를 허락해달라는 내용의 긴급 심리를 요청했다.
WA주 대법원 피오나 시워드 판사는 사망한 남편이 정자를 추출하는 것에 반대 사유가 없다며 이를 허가했다. 주법에 따르면, 사망한 사람의 신체에서 조직 등을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판결로 체외 수정이 허락된 것은 아니다. A씨가 사망한 남편의 정자로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원 명령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워드 판사의 판결이다. WA주는 현재 사후 수정이 허용되지 않는 지역이다.
만약 A씨가 체외수정을 해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호주에서는 퀸즐랜드, 빅토리아, 뉴사우스웨일스 등 지역이 사후 수정을 허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후 수정은 사망 이틀 안으로 정자를 채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당초 A씨의 정자 채취 요구를 거절하고, 대법원이 허가 판결과 함께 강제 명령을 내린 뒤에야 채취를 시작했다. 시워드 판사는 병원측에 “관련 담당자를 A씨에게 제때 배정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얻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저 하트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 교수는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이지만,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며 “여성은 62세이고, 대리모까지 이용할 계획이다. 또한 사망한 이후 임신이기 때문에 아이는 결코 아빠를 알지 못할 것”이라며 의문을 표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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