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은 금융당국이 2015년 1월 'IT·금융 융합지원방안'을 발표한 후, 업계와 핀테크 혁신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2024년의 핀테크는 어떤 환경 변화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벤처 신산업에 중요한 투자, 규제 및 기술 측면에서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투자환경이다. 시장조사업체인 CB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핀테크투자는 2849건, 305억 달러(추정)로 2021년의 4분의 1, 2022년 대비로도 반토막 났다. 하지만, 올해는 2년 연속의 투자 감소를 털고 투자가 점차 활기를 띨 거라는 시장기대가 높다.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와 비상장 벤처기업들의 몸값 급락으로 벤처캐피탈들이 투자를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 상반기까진 작년 투자 혹한기의 여파가 있겠지만, 하반기 이후론 핀테크를 포함한 벤처투자가 재차 기지개를 켤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인식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최근 설문조사(벤처캐피탈 및 엑셀러레이터 33명)에 따르면 올해 투자 한파가 끝날 것으로 보는 의견이 90%, 이에 따라 66.7%가 작년 대비 올해 벤처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벤처기업의 '역대급 할인'이 예상되는 데다, 대기 자금도 꽤 있는 편이어서 20% 이상 늘려 공격적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도 36.4%였다. 따라서 자금조달이 필요한 핀테크 업체로선 금리인하 시점에 맞춰 투자 협상을 본격화할 수 있도록 수익모델 정비와 가격, 투자 옵션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다음 핀테크 수익모델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규제 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첫 번째로 지속적인 플랫폼 규제 완화책의 일환으로 연초부터 시작되는 대환대출서비스의 대상 확대(1월 9일)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제공(1월 19일)이 있다. 대환대출 대상은 기존의 신용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5대 시중은행 잔액만 530조 원의 엄청난 시장인 데다, 2023년말 주택담보대출금리가 4.5~4.8%로 전년 대비 0.1~0.5%포인트 하락해서 그만큼 관심이 높다.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대환대출의 편리함에다 금융사·핀테크의 경쟁까지 가세하면 동 주택담보대출 플랫폼 시장규모는 단기간에 급성장할 거란 평가다.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는 조건들이 복잡한 보험상품들을 간편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목 대상이다. 시장규모도 자동차보험 약 20조원, 실손보험 13조원 등 상당 규모여서 업체들 참여 열기도 뜨겁다. 또한 대출이나 예·적금 비교추천서비스와 달리 표준화된 오픈 API인프라를 구축, 중소규모 벤처 핀테크업체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많은 업체들의 참여와 경쟁으로 소비자들에 대한 혜택도 커질 거란 게 시장 의견이다. 폐쇄형 API로 인해 기존 대출 비교추천서비스가 너무 빅테크 중심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보다 다양한 핀테크업체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 또 핀테크업체와 보험사의 협력·제휴를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긍정적이라는 생각이다.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온투업(P2P)의 '기관투자자 자금조달 허용'도 가능성 있는 변화로 꼽힌다. 법 개정은 총선 등 여건상 제약이 많은 만큼, 먼저 혁신금융 서비스의 활용을 통해 실효성을 검증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온투업계는 이에 따라 저축은행 등 관심있는 기관투자자와의 협력 방안 논의, 표준 검증체계에 대한 보고서 준비에 한창이라고 한다. 물론 규제가 강화되는 부문도 있다. 가상자산사업자 의무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7월)과 머지포인트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자보호(9월)이 그것이다.
끝으로 기술측면에선 다른 산업에서처럼 단연 AI 영향이 으뜸일 거라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외 조사에 따르면, 챗GPT와 같은 첨단 AI의 파급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 금융이며, 특히 챗봇 對고객서비스, 재무분석, 리스크관리, 보험업무분석 등의 활용도가 높을 거라고 한다. 올 한해 핀테크와 AI기술의 적극적인 융합·협력으로 새로운 수익모델과 신시장을 창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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