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될 수 있던 요인으로 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인재 양성을 들 수 있다. 국제사회 또한 이를 통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우리를 평가하고 있다. 기업들의 혁신적인 변화와 도전, 지역사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에도 명암은 있다. 1960~1970년대 경제성장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조로 인해 교육·인재·기업·일자리가 수도권에 계속 집중되었다. 정부는 1970년대 후반부터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해 왔는데 산업, 교통 인프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주로 산업·국토 정책 중심이었다. 교육 분야에서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추진했으나, 규제 완화가 반복되어 수도권 대학은 계속 팽창되었다. 균형발전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40여 년 동안 수도권 집중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OECD 국가의 수도권 인구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 50.7%, 일본 34.5%, 영국 24.8%, 프랑스 24.5%, 독일 7.5%로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에 수도권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 소득,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은 15세부터 34세 청년층의 순유출로 발생하고 있고,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원인으로는 교육과 임금 등의 지역 간 격차라고 분석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헌법 제31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다. 국민이라면 대한민국 어느 곳에 살든지 교육 기본권을 보장받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어느 지방에 살든지 양질의 교육을 받으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의료·문화 등의 여건을 개선하고, 지방경제 활성화와 기업 유치를 통해 좋은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정책이 핵심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핵심과제로 교육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교육정책을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고, 대표 정책이 교육발전특구이다. 교육발전특구는 지방정부·교육청·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 등이 협력하여 지역발전의 큰 틀에서 지역교육 혁신, 지역인재 양성과 정주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교육발전특구에서는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지방 주도로 설계하여 제안하고, 중앙정부는 규제 개혁으로 지방의 발전을 지원하여 지역마다 특색있는 인재 양성과 정주 시스템이 도입·운영되고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위해 보육과 돌봄은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함께 책임지고, 교육청은 공교육 혁신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지원한다. 고등학교와 지역대학의 연계를 통해 지역인재가 경쟁력 있는 지방대학에서 공부한다. 더 나아가 학교·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양성한 인재가 지역에 취업·창업·정주하는 '지역인재 양성·정주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공모 및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발전특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초·중·고교에서 양질의 공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학생들이 경쟁력 있는 지방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지역인재를 적극 육성하기 위해 대입 지역인재전형이 운영 중이다. 지방대 의학 계열은 지역인재를 40%(강원·제주 20%) 이상 선발해야 한다. 2023학년 신입생을 보면 부산대 의대의 지역인재 비율은 82%이나, 강원 지방 의학 계열 지역인재 비율은 21%이다. 의대 졸업생 중 지역인재의 지방 정착률이 타지역 출신보다 높아 지방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들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방대 의대·치대·한의대, 약대, 수의대, 간호대, 첨단학과 등에서 지역인재가 공부하고, 지방에서 취업·창업하고 정주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된다면 학생과 청년이 교육과 일자리에 대한 불안 없이 지방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정주를 연계한 사례를 보면 일본 야마가타현 소재 대학 연구소에서는 고등학생을 연구조교나 특별 연구생으로 활동하게 하고, 학생이 지역대학 진학.졸업 후 해당 지역에 취업하여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호주 인구 증가의 3분의 2가 해외 유입인구로 발생하고 있는데 주로 해외 유학생, 임시 숙련 노동자다. 호주 외국 유학생의 약 20%가 영주권을 취득하여 지역에 정주하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은 1990년 통독 이후 50만 명이었던 인구가 1998년에 45만 명까지 감소했다. 독일 정부는 균형발전을 위해 드레스덴 공과대학을 포함해 재학생 4만5000여명의 11개 대학과 전문연구기관을 집중 육성했다. 드레스덴은 반도체.IT 분야에서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하고 있으며, 인구는 55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지방에 인재를 모으고 양성하여 정주시키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다.
이제는 지역에 따라 기회와 교육의 격차가 생기는 사회적 불평등을 멈추어야 할 때이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지역인재 양성과 정주 지원 정책을 펼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상향식 균형발전 체계인 교육발전특구를 통해 학생·학부모·교원이 만족하며, 지역 산업계와 지역사회의 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아이·학생·청년은 개개인의 적성·소질·흥미와 학습 속도를 존중받고, 과도한 경쟁이 아니라 관용과 포용의 교육을 통해 협력하고 연대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발전특구가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혁신의 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방정부, 교육청, 대학이 협력해서 지방 주도의 교육개혁을 이루자.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대구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츠쿠바대학(Univ. of Tsukuba)에서 사회과학 박사, 미국 볼주립대학교에서 인문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으로 지금의 국토연구원인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수도권정비계획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극 거쳐 총장 자리에 올랐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대구시 교육감 등을 역임했다. 제20대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현재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