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역사에서 개체들은 협력 전략을 구사하며 생존해 왔다. 얼룩말은 맹수로부터 어린 종족을 보호하려고 엉덩이를 밖으로 한 채 동그랗게 둘러싼 뒤 뒷발차기 공격을 한다. 황제펭귄은 혹한을 버티기 위해 수천 마리가 몸을 밀착해 체온을 유지한다. 어려울수록 뭉치는 것이 확실한 생존법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가 어렵다고 한다. 기나긴 '크립토 윈터' 여파다. 그중에서도 가장 지쳐있는 곳은 코인마켓 거래소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코인마켓 사업자 21곳 중 18곳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상당수는 일일 거래대금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 임금체불 논란과 줄 이은 퇴사자 발생은 예삿일이다. 폐업을 고민 중이거나 결정한 곳도 숱하다.
코인마켓 거래소 협의체 'VXA'가 움직여야 한다. 여러 제약으로 난항을 겪은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지난해 초 생존을 위해 뭉친 협의체다. 출범 이후 매달 회의를 진행하긴 했으나, 뚜렷한 행보를 보이진 않았다. 아직 신년 모임은 물론 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 거래소가 생존을 걱정하면서 VXA도 운영 동력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뿔뿔이 흩어져 있는 건 냉혹한 시장에서 유용한 생존전략이 아니다.
새해에는 생존을 위해 각자 도생보다 뭉쳐서 공동 전선을 꾸려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공유하기보다, 공동 행동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후에는 원화 거래소 협의체(DAXA)를 벤치마킹해 사무국을 만들고, 존재감과 힘을 길러야 한다. 고사 직전인 코인마켓 거래소가 생존하려면 뭉치는 수밖에 없다.
올해는 가상자산 시장 호황기로 예측된다. 크립토 스프링 흐름을 타고 코인마켓 거래소도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 경쟁 시장이 구축돼야 건강한 웹3 시대가 실현될 수 있다. 기회는 위기의 탈을 쓰고 찾아온다. VXA가 위기 속 돌파구를 찾길 바란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