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의 피습. 대통령의 쌍특검 거부권 행사. 북한의 무력 도발.
새해 벽두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 이후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이 대표가 자칫 생명을 잃을 뻔한 피습 사고를 당했는데도, 근거없는 음모론과 억측이 무차별적으로 생산됐다. '자작극', '현 정권의 사주' 등 주장과 함께 살인미수범을 영웅시하는 댓글까지 넘쳐났다. 심지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까지 온라인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정치테러보다 더 심각한 한국의 혐오·증오정치가 결합된 극단 정치의 '민낯'이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은 기름을 부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른바 '쌍특검 법안'(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법률안 수로 7번째 거부권 행사다. 거부권 행사는 야당 단독 입법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결론적으로 '비토크라시' 현상을 부추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도 남남갈등을 증폭시켰다. 새해 들어 사흘 연속 북한군의 서해상 포사격은 '평화 아니면 대결' 구도로 몰면서 우리의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상대당을 향한 증오 수위는 높아지는 전례를 감안하면 이제 어떤 비상식적인 일이 눈 앞에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여야는 이번 총선 공천 때 극단적인 혐오 언행을 하는 정치인들을 퇴출하겠다고 앞다퉈 공언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혐오 표현은 한국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를 초래한 주범이다.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우리 정치도 새 바람이 불어야 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