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과 관련해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고 기존 자구안도 모두 이행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금융당국, 채권단, 대통령실 등이 '법정관리 시나리오'까지 꺼내 들며 압박하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 1549억원을 완납했다. 나아가 오너 사재출연·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 등 추가 자구안 마련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그룹 측이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제출한 4가지 자구계획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으며 채권단은 이를 기초로 계속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8일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국수출입은행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경제수석, 산업은행 회장 등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최근 진행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지금까지 제시된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태영건설에 납입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 4가지다.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며 1549억원을 완납했다. 태영그룹은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씨 지분 매각 대금 516억원 중 300억원과 티와이홀딩스 회삿돈 등을 합쳐 89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한다. 티와이홀딩스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을 대상으로 416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한 바 있어, 이를 통해 마련한 돈도 일부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활용해 추가 자구안을 마련해 이르면 이날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참석자들은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 추진이라는 기본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태영 측이 제시한 4가지 자구노력을 조속히 이행할 뿐만 아니라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측에는 태영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되는 경우,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시장 안정, 건설업 지원, 수분양자·협력업체 영향 최소화 등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 중인 시장안정조치를 필요시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하는 등 상황별로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수분양자·협력업체의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소하고, 사업장별 공사 현황, 자금조달 상황 등을 밀착 관리하기 위해 관계기관 일일점검 체계도 가동키로 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