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다양한 팀을 설득해야 했지만, 카카오는 단 한 번의 미팅만으로 계약 체결이 이뤄지기도 했다.”
국내 양대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 카카오와 협업해 본 스타트업 관계자의 말이다.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의 의사 결정이 얼마나 빨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게 빠른 의사 결정은 필수다. 사안에 연관된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병목 구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당신의 서비스가 창피하지 않을 때 배포됐다면, 이미 늦은 것'이라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의사 결정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또 기업 몸집이 커질수록 간소화된 절차는 '과속 스캔들'의 가능성을 높인다. 서비스와 구성원이 다양해질수록 리스크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제도권 밖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 등으로 인해 회사 전체가 늪에 빠질 수 있다. 카카오의 빠른 의사 결정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는 지난 8일 2차 회의에서 '준법시스템' '신뢰·상생'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사가 준법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확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카카오는 대한민국 IT·플랫폼 산업 생태계에서 엄청난 역할을 해왔다. 2010년 카카오톡 출시는 우리나라 플랫폼 산업을 개화시킨 변곡점이다. 어떤 레이스든 속도를 높여야 할 직진 구간이 있고, 적절하게 속도를 줄여야 할 곡선 구간이 있는 법이다. 비록 지금은 잠깐 멈춰섰지만, 미흡했던 감시와 견제장치를 정비해 카카오가 K플랫폼의 진정한 대표주자로 재출발하길 기대한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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