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세대 K팝 그룹들의 '따로 또 같이' 행보가 빈번하다. 독립레이블 설립과 함께 완전체와 시너지를 내는 유닛행보를 예고한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를 비롯해 그룹계약 체결 이후 개별행보 기반을 새롭게 둔 블랙핑크 등 완전체 유지와 개별이적이라는 양면성 행보가 현실화된 것이다.
의례적으로 활동 7년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해체 등을 거듭하던 기존과는 다른 K팝 그룹들의 면모, 왜 그럴까?
K팝 계 '따로 또 같이' 성격은 최근 수년새 다양하게 비친다. 수영(사람엔터)·서현(나무엑터스)·티파니(써브라임) 등 배우멤버 이적과 함께 개별활동에 주력하면서도 완전체 정체성을 놓지 않은 소녀시대, 규현(안테나)·동해·은혁 등의 개별활동 예고와 함께 올해 다각적인 유닛행보로 19주년 문을 연 슈퍼주니어, 택연(피프티원케이)·찬성(엘줄라이) 등 배우멤버들과 함께 5년만의 완전체 정규앨범 MUST(2021년6월)로 여전한 매력을 과시한 2PM 등 2~3세대 그룹들의 유연한 완전체 복귀가 대표적이다.
또한 메인보컬 정은지를 제외한 박초롱·윤보미·김남주·오하영이 이적(초이크리에이티브랩)하면서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 에이핑크, 휘인(더 라이브)·화사(피네이션)의 개별이적과 함께 솔라·문별의 유닛 '마마무+'로 다각적 행보를 보인 마마무, 각기 다른 소속사 둥지를 두고 '인피니트 컴퍼니'로 완전체 활동 방향을 열어둔 '인피니트' 등은 탄력적인 '따로 또 같이'의 사례로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창섭(판타지오), 육성재(아이윌미디어) 등의 개별이적과 함께 서은광·이민혁·임현식·프니엘 등의 동반이적으로 새로운 활동기미를 보인 '비투비', 그룹재계약과 함께 제니의 독립레이블 설립 등 개별기미를 보인 블랙핑크, 디오(컴퍼니수수)에 이어 독립레이블 성격의 '아이앤비100'로 개별활동 틀을 옮긴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 등 다양한 모습이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K팝 그룹들의 '따로 또 같이' 행보는 수년간 함께 해온 멤버들간의 의리라는 인간적인 정서 측면과는 별도로, 그룹 IP 유지에 따른 장점과 개별활동의 자유화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유연한 완전체' 성격이 크다. 기존처럼 해체로 가닥을 잡을 경우 언론상에서 '~ 출신'이라는 표현이 쓰이기는 하지만, 해당 멤버는 물론 소속사 역시 그룹의 명칭으로 마케팅을 하기 어렵다. 반면 완전체 활동기반을 남겨두는 경우 기존같지는 않겠지만 소위 '마의 7년'이라 불리는 재계약 시점을 유연하게 넘어서는 것은 물론 IP 가치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어 상호이득이라는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개별 멤버는 연기나 방송, 뮤지컬 등 다방면의 활동과 함께, 개별적인 사업 오너로서의 자유도를 유연하게 충족할 수 있음은 물론,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에 따른 활동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성격과 함께 한계점도 있다. 실제 '따로 또 같이'를 예고한 그룹 가운데 긴밀한 완전체 활동을 펼친 사례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개별멤버를 넘어 솔로 아티스트로 성장한 이들의 스케줄이나 마케팅 등의 조율은 멤버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단기간에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소녀시대나 2PM의 완전체 앨범 시점이 5년만이었고, 마마무나 에이핑크 역시 완전체 음악무대를 보여준 시점도 상당시일이 지났다. 각기 팀들의 '완전체' 의지는 분명하지만, 각자의 사정이 분명해 뭉쳐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한 소속사 내 완전체에서 탄생한 다양한 활동변화와는 또 다른 시선을 받는다는 것도 한계다. 솔로 아티스트이자 그룹 멤버로서의 이중적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는 멤버들에게 양쪽 측면이 어느새 꼬리표처럼 남아있을 수 있고, 유닛이나 새로운 버전의 집결은 의도치 않은 오해나 불편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렇듯 K팝계 '따로 또 같이' 행보는 글로벌 K팝 히트와 함께 한동안 계속 순환고리처럼 계속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개별활동으로 본연의 색깔을 보여주면서, 실익 측면에서도 다각화를 추구하는 게 최근 아티스트들의 트렌드다. 그로 인해 그룹형태를 유지하면서 개별활동 기반을 따로 갖는 노력들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라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했을 때 그만큼의 실익도 크지만, 반대로 지지부진했을 때의 책임 또한 적지 않아 거듭 고민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