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려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가칭)'이 또다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공정위는 관련 협·단체들과 면담 일정을 조율한다고 하나 법(안)조차 공개하지 않고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있다.
국가의 산업정책은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이 최소 10년은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플랫폼 산업은 10년은커녕 1, 2년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비논리적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그나마 지펴놓은 산업의 불씨마저 글로벌 경쟁에서 좌초될까 우려스럽다.
2017년 플랫폼 서비스를 기간통신산업이나 방송산업처럼 규제하려는 일명 '뉴노멀법'이 적극 추진됐으나, 전문가·학계 그리고 정부의 합리적·논리적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2020년 및 2021년에는 플랫폼 산업을 '대규모유통사업자'처럼 규제하려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또다시 고개를 들어 업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러나 다행히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의지를 보여온 이번 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2023년은 그나마 플랫폼 자율규제 추진의 모델을 형성하기 위한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본격적으로 지펴지기도 전에 정부는 또 다시 2023년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가칭)'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일정 규모의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해서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일정한 행위들을 미리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유럽의 DMA 등 플랫폼 시장 규제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각 국의 시장환경이 다름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설계의 오류다.
각 국가는 자국 시장의 융성을 꾀하는 규제정책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유럽은 해외 공룡에 의해 점령당한 플랫폼 시장에 대해 당연히 엄격한 규제를 통해 자국의 권위를 세우면서 그나마 어떻게든 자국 기업의 생성을 꾀하고자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강력한 자국 기업 보호주의로 플랫폼 시장의 융성을 맛보았으나, 이는 충분한 내수 규모와 공산주의 경제를 표방하는 중국이나 가능한 모델이다.
일본 역시 라쿠텐이라는 자국 기업이 존재하나 대부분 글로벌 공룡에 의해 시장이 지배되고 있는 바, 일본 고유의 '행정지도' 문화를 감안한 자율 독려 정책을 채택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미국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초강수 규제 패키지법(안)을 추진하는 듯 보였으나 글로벌 공룡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답게 이러한 법안은 모두 폐기됐고 생성형 AI등 차세대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렇듯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게 규제정책을 추진 중이며, 상당 부분 납득할만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규제정책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역시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특성이 있다. 해외 공룡의 집산지라고 할 수 있는 유럽과 자국 보호주의로 똘똘 뭉쳐 토종 공룡을 키운 중국 시장과 달리 우리의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미국·중국 등 해외 공룡과 자국 기업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이용자 1위 모바일 플랫폼이 카카오에서 유튜브로 바뀐다고 한다. 이미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총사용 시간에서 유튜브는 부동의 1위다. 지난달 국내에서 모바일로 유튜브를 본 총사용 시간은 약 16억2897만 시간으로, 2위 카톡(5억945만 시간)과 3위 네이버(3억2415만 시간)의 각각 3배,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뿐만아니라 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Temu)는 지난 3개월 연속 국내 신규 설치 앱 1위에 올랐다. 이러한 우리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디지털 산업을 융성하기 위한 신중한 플랫폼 규제정책이 요구된다.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때문에 자국 플랫폼이 혁신 서비스 출시보다 규제 대응에 촉각을 세우며 위축된다면 글로벌 공룡에 의한 시장의 역전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혹시라도 정치권이 이 법안을 총선 표심잡기의 수단으로 여긴다면, 후일 플랫폼 산업에 미칠 악재에 대한 비난과 책임 또한 각오해야 할 것이다.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10년 앞이라도 제대로 바라본 플랫폼 규제정책을 기대해 본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hkyungkim@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