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이하 플랫폼경쟁법)' 제정 작업에 나선 가운데 법안의 핵심인 △수범자 사전 지정 요건 △규제 원칙 등에 대한 업계와 학계의 반발이 거세다.
10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중심으로 플랫폼경쟁법의 수범자 사전지정 요건과 최소 규제 원칙, 부처간 조율 등의 원칙을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플랫폼경쟁법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법안에 대한 우려를 설득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수범자 사전 지정 요건과 관련해 시가총액, 매출액, 이용자수 등 객관적인 정량 기준을 토대로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를 특정한 후, 시장 경쟁 상황 평가 등을 통해 일부를 제외하는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가 반드시 독과점 고착화로 인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기업과 토종 기업 간의 경쟁이 활발해 공급자와 수요자를 포함한 플랫폼 참여자에게 독과점 폐해가 발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플랫폼경쟁법이 제정될 경우) 플랫폼 서비스 영역이 다양하고 국내외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업권 내에서 단지 모회사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사전 규제를 받을 수 있다”며 “여러 사업을 운영하며 서비스 활성화를 이룬다는 것은 건전한 경쟁 요소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되는 사업 영역에 대해 먼저 정의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정거래법과 상충하는 중복 규제 우려와 함께 국내 플랫폼 사업자를 역차별하는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해외 플랫폼 독식 체계가 굳어지고 있어 국가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대 명예교수는 “아마존이나 구글 등 글로벌 대표 플랫폼 업체의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유가증권 시가총액과 맞먹을 정도로 크다”며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스타트업 수준인 국내 플랫폼 중심으로 규제한다면 산업 생태계 전반이 긴장하고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플랫폼 업계는 드론배송, 로켓 배송, 로봇에 의한 물류 분류, 맞춤형 광고 등 아이디어가 불꽂튀는 현장인데 규제를 할 경우 혁신을 죽이는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에게도, 국가 경쟁력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규제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소비자에 도움이 되는 규제인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워치는 플랫폼경쟁법이 소비자가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누리는 혜택과 편의를 박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택시, 쿠팡 로켓배송, 배달의민족 주문 등과 같은 서비스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공정위는 규제 원칙과 관련해 플랫폼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최소한의 내용만 포함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데이터 이동성·접근성 제한, 각종 공시·보고 의무 중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만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또 산업계의 관점을 고려해 합리성을 높일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범자 지정 과정에서 지정 전 의견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행정소송 등 항변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며 “글로벌 플랫폼 업체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 역차별 논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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