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주요 키워드는 '비만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첫 손에 꼽혔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일라이일리의 '마운자로' 열풍이 콘퍼런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여기에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세계 1·2위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양사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라스 푸르어가르드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CEO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제 막 시작”이라며 “급성장하는 비만 시장에 더욱 깊숙이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고비는 비만 시장에서 빠르게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달성한 약이다.
예르겐센 CEO는 “향후 1년 동안 추가 물량을 상당히 늘릴 것”이라며 “올해 미국에서 위고비 판매가 매우 편안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위고비는 수요가 컸지만 물량이 부족해 수요만큼 판매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CEO는 비만 시장의 엄청난 수요를 감안할 때 '고정된 파이'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적응증을 발전시켜 심혈관 위험, 수면 무호흡증 등과 같은 다른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내년 비만 치료제가 심혈관 질환과 수면 무호흡증 등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보디스크와 경쟁하는 상황을 두고는 “우리는 노보노디스크에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100년간 경쟁해왔다”면서 “경쟁이 우리 모두를 더 빠르게 움직이고, 통찰력을 발휘하도록 자극하는 사례가 된다. 노보노디스크의 공은 고용량 GLP를 활용해 체중 감량을 추구하는 등의 기전을 알아낸 것으로 세계가 이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만 치료제는 GLP-1 계열 약물이 주로 쓰인다. GLP-1 계열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글루카곤 분비를 줄이고, 혈당 수치를 낮춰 간에서 당 분비를 감소시키는 효능이 입증되면서 당뇨병 치료에 사용했다. 그러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임상에서 입증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ADC는 여전히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됐다. ADC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선별하는 항체에 항암 치료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를 치료하는 기술이다. 치료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어 차세대 항암 약물로 떠올랐다.
존슨앤드존슨(J&J)은 콘퍼런스에서 ADC 개발사 앰브릭스 바이오파마(Ambrx Biopharma)를 20억달러(2조6392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J&J는 엠브렉스의 ADC 기술과 임상·전임상 프로그램 파이프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앰브릭스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 치료제 후보물질 'ARX517', 신장암에서 주로 발현하는 CD-70을 표적으로 하는 ADC 'ARX305', 휴먼 상피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일종인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ARX788' 등을 보유하고 있다. J&J에 따르면 진행성 전립선암은 세계 환자 수가 약 18만5000명으로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떠오르는 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투자활동을 강화했다”면서 “올해 준공을 목표로 ADC 의약품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중이며,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DC 기술을 보유한 유망 바이오 기업들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AI 활용도 뜨거운 화두였다.
제임스박 지씨셀 대표는 “올해 R&D 헤드들의 발표에는 제약사 내부에 '디지털 전환' 팀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많이 다뤄졌다”면서 “AI를 이용해 신약 개발 타깃을 발굴하고, 가능성 있는 후보군을 두고 시뮬레이션하면 시간이 20~30% 줄어든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약진도 눈에 띄었다. 바스 나라시만 노바티스 대표는 “종근당과 최근 HDAC6 저해제 관련 파트너십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에 심혈관질환 치료제 'CKD-510'를 기술수출 했다. 호아킨 두아토 J&J 대표는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자사 항암제 '리브리반트' 병용 비화학항암 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ADC 기술 협력으로 레고켐바이오를 말했다.
올해 콘퍼런스 발표는 알찼지만 오프라인 참여자 수는 예년에 비해 줄었다는 평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린 오프라인 행사라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올해는 꽤 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치안 문제, 주요 발표 온라인 중계, 같은 기간 열리는 바이오텍 쇼케이스 등으로 분산된 효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미국)=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