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3m, 몸무게 300kg에 육박한 것으로 추측되는 거대한 몸집의 유인원이 기후 변화로 풍부한 먹이를 잃어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과학원(CAS) 척추동물 고생물학·고인류학 연구소 장잉치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약 200만년 전 중국 남부에 살던 거대 영장류 '기간토피테쿠스 블래키'(Gigantopithecus blacki; 이하 G.블래키)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G.블래키는 존재가 확인된 가장 큰 영장류로, 동남아시아에 살던 거대 동물군 중 하나다. 약 200만년전 나타난 것으로 추측되는데 존재가 확인됐던 당시에는 정확한 멸종 원인과 시기가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G.블래키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만큼 힘이 셌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같은 지역에 살던 '친척뻘' 오랑우탄과 달리 멸종해 과학자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G.블래키가 멸종한 시기는 29만 5000년~21만 5000년 전 사이이며, 기후 변화로 풍부했던 원래 먹이가 부족해지자 영양분이 부족한 다른 먹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먼저 중국 남부 지역 동굴 22곳에서 G.블래키 화석 등 퇴적물 샘플을 채취해 연대 측정과 분석을 거쳤다. 이를 연대표로 작성한 결과 200만년 전에도 있던 초기 동굴에는 수백 개의 이빨 화석이 발견된 비교적 생성된 지 얼마 안 된 동굴에는 3~4개의 이빨만 있었다.
이어 퇴적물 샘플의 꽃가루 흔적을 분석해 어떤 식물과 나무가 있었는지 등 당시의 환경을 조사했다.
마지막으로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지만 G.블래키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던 '중국 오랑우탄'(학명 Pongo Weidenreichi)과 이빨과 비교 분석해 멸종 시기의 식습관이나 행동 변화를 파악했다.
분석 결과 중국 남부 환경이 230만년 전에는 울창한 숲이었으나 기후 변화로 70만~60만년전쯤 평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건기와 우기의 차이가 심해지면서 G.블래키의 먹이이자 일년 내내 풍부했던 과일이 건기에는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 오랑우탄은 G.블래키보다 작은 몸집으로 이동성이 좋기 때문에 과일을 구하지 못하는 건기에 숲을 탐색하고 나무의 위쪽까지 올라가 잎과 꽃을 먹었다. 반면, 이동성이 떨어지는 G.블랙키는 영양분이 거의 없는 나무껍질이나 잔가지 같은 질긴 섬유질 음식을 먹었다.
또한 수원도 줄어들어 규칙적인 물 섭취까지 힘들게 되자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져 개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공동연구한 키라 웨스트어웨이 호주 매쿼리대 교수는 말했다.
웨스트어웨이 교수는 “과거 멸종의 원인을 탐구하는 것은 영장류의 회복력과 다른 대형 동물의 운명을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라며 이번 연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협이 다가오는 현 시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