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산업계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 콘퍼런스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자사를 홍보하고 트렌드를 읽어내고자 CES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주요 트렌드로 꼽힌다. 특히 공급망 전체에 걸친 ESG 전략수립은 수출 기업에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필수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ESG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올해부터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2026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들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공시해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하려면 해당연도 데이터뿐 아니라 이전연도 ESG 데이터도 공시해야 하기에 아직 보고서 공시경험이 없는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최근 들어 ESG 데이터의 객관성과 신빙성이 강조됨에 따라 이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 공시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도 공시데어터의 측정, 관리에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가 지연된 점, 국내 참고 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난 6월에야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해 새로운 IFRS 적용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그러나 IFRS 재단은 작년 IFRS S1(일반 요구사항), IFRS S2(기후관련공시)를 발표한 데에 이어 다른 ESG 이슈에 대한 공시기준도 순차적으로 제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독일은 예정대로 공급망 실사의무화법을 시행했다. 시행 첫 해에는 근로자 3000명 이상 기업이 적용대상이었으나 올해부터는 1000명 이상인 기업이 그 대상이며, 법을 위반한 기업에는 최대 800만 유로 또는 연매출 2%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래서 BMW, 폭스바겐 등 독일기업은 협력사들을 상대로 환경·인권 관련 실사를 본격화할 것이며, 당연히 실사대상에는 공급망 내 우리 기업들도 포함된다. 지난해 5월 독일에서는 이 법을 근거하여 공급망 내 인권침해에 대하여 적절히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케아, 아마존 등 상대로 한 이의제기가 이루어져서 후속절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도 2026년 정식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전환기간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더욱 섬세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전쟁과 경기침체로 올해 경기도 어둡다는 전망이 많고, ESG에 대한 회의론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이 주력인 우리 기업들에게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다. 제도시행은 당장 한두해 미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준비에 필요한 시간일 뿐이며 제도변화의 흐름은 멈출 수 없다. 고도화 되어가는 ESG 제도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생존, 나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변화의 흐름을 읽고 준비해야 한다. 이제 적자생존이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