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수현, '디테일한 첫 일본인 연기, 새로 빛나는 절제열정'(인터뷰)[종합]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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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마다의 갈등경계에 주목하면서 준비했다. 전화를 받는 뒷모습이나 다도신 등 압축적인 상징들을 담은 장면이 많아 신경쓰였다.” 배우 수현이 '경성크리처' 속 빌런여주인공 '마에다'로 변신하기 위한 과정들을 솔직하게 밝혔다.

12일 서울 중구 엠버서더 서울 풀만 레거시룸에서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속 열연을 펼친 배우 수현과 만났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내용이다. 수현은 극 중 강력한 부와 권력을 쥔 일본 귀족부인 마에다 유키코 역으로 분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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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노 의상과 헤어 등 비주얼은 물론 걸음걸이까지 당대 일본여인의 모습을 완벽재현한 듯한 모습은 물론, 일본 교토사투리 타입의 대사처리와 섬세한 표정연기로 잔인함과 냉혹감이 감도는 절제매력과 감정선들을 날카롭게 표현하며 글로벌 호평을 얻었다.

수현은 인터뷰 동안 차분한 말투와 함께, '경성크리처' 속 다양한 에피소드와 경험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일제강점기 배경의 작품출연 부담은 없었나?

▲시대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는 분도 있겠지만, 창조적인 것을 추구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선택 안할 이유가 없었다.

작가님과 감독님의 포부도 좋았고, 제가 배우로서 일본인 역할에 도전한다는 점도 신선하고 재밌겠다 싶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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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다'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세 분의 일본어 선생님과 함께 줌(Zoom) 콜로 평균 1주일마다 두 세번씩 수업을 듣고, 현장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언어공부 자체가 쉽지 않고, 특히나 교토 사투리를 사용해야 했기에 소리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영어로 발음을 표현하면서 시도때도 없이 익혔다.

옛날 영화 속 일본 배우들의 장면을 모티브로, 기모노 스타일링은 물론 착장에 필요한 몸가짐이나 품위들을 익혔다. 연기 측면에서는 현 시점에서도 존재하는 인물처럼 말하고자 했다.

-회차가 거듭될 수록 자신을 더욱 드러내는 연기, 어떻게 조절했나?

▲캐릭터마다의 갈등경계에 주목하면서 준비했다. 물론 많이 어려웠다. 전화를 받는 뒷모습이나 다도신, 기모노 착장신 등 압축적인 상징들을 담은 장면이 많아 하나하나 신경쓰였다.

제작진에게 '액션장면이 있는가' 물을 정도로 답답하기도 했지만(웃음) 일반적인 빌런처럼 감정을 드러낸다면 자칫 촌스러워보일 수 있기에,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평소 잘 웃는 편인데, 절제된 미소를 보여야 하다보니 좀 답답한 게 있었다. 그러한 지점이 좀 섬뜩하지 않았을까도 싶다(웃음)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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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상(박서준 분)과의 감정신은 작품의 핵심이자 화제의 장면이다. 어땠나.

▲정말 중요한 신이라 생각하고 준비하다보니, 장태상의 상반신을 찍으며 리허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부터 눈물이 나더라.

그래서 공개된 장면의 제 얼굴은 한참 울고 난 이후의 모습이다(웃음). 구갑평(박지환 분), 나월댁(김해숙 분) 등과 마주하며 대사를 해야하기에, 감정을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개본을 직접 본 소감은?

▲데뷔작인 것처럼 긴장하고 봤다. 제 연기를 직접 보기는 너무 힘들었지만, 일부러 더 열심히 표정연기했던 것들을 꼼꼼이 보고자 했다.

핵심장면인 장태상과의 감정신과 함께, CG를 더해 크리처화 된 세이신(강말금 분)과의 대면신은 신기했다.

또한 가토(최영준 분)가 명자의 아이를 꺼내는 장면이나, 이시카와(김도현 분)를 수술하는 이치로 원장(현봉식 분)과의 통화장면은 장면자체도 그렇지만 마에다의 잔인함이 잘 나오는 장면이자, 다 따로 찍었음에도 호흡이 좋았다고 생각됐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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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상과 세이신, 윤채옥(한소희 분), 명자(지우 분) 등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집착이라는 감정이 두드러진다. 마에다를 연기한 인물로서 어떻게 보나?

▲마에다는 자기와 동등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장태상 외에는 어떠한 사람이든 수단이나 재미로 느끼는 캐릭터다. 권력자 답게 자신의 주도 하에 모든 상황이 흐르길 바라는 컨트롤 플리커의 모습이다.

그것이 감정대립 신에서 “왜 내 말을 안들어”라는 대사로 묻어난다. 또한 장태상에게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동질감과 함께 “내 말 좀 들어줘”라는 대사에서 보듯 연모의 감정을 일부 품고 있음도 함께 볼 수 있다.

-기존의 권력이나 조건을 잃어버린 시즌1의 마무리신, 시즌2에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나?

▲대본상으로도 재밌었고, 작가님을 존경하게 된 장면구성이었다. 남편의 장례식에서 폭발로 화상을 입은 마에다가 가토의 제안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결과물들이 어떻게 나오게 될 지 기대할만 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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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초기 오리지널 작품과 함께 글로벌 행보를 해온 배우로서, '경성크리처' 출연은 어떤가?

▲마르코폴로를 할 당시 한국에는 넷플릭스가 론칭되지 않아서 아쉬웠었는데, 지금은 뿌듯하다. 옹성병원 실험실, 금옥당 등 세트들의 스케일이나 디테일도 놀랍고, 마블작품에서 처음 본 CG나 프리뷰 등의 제작환경도 남달랐다.

또한 한국작품에 출연한 한국배우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 또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느낌의 '갖춰진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다. 앞으로의 포부는?

▲물론 강인한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고, 좋아한다. 하지만 기존까지의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과는 다른 변신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작품 캐릭터들은 빈부, 권력 등의 속성으로 단순히 나뉘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재도 다양해지고 역할도 다양하다.

조급해하지 않고 계속 저를 가다듬으며 액션,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들을 하나하나씩 섭렵하고 싶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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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계획?

▲버킷리스트로 삼을 정도로 함께 해보고 싶었던 허진호 감독님과의 '보통의 가족'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외 많은 활동들을 펼치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