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을 조건으로 죄수들을 전쟁에 동원해 온 러시아가 최근에는 섭씨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한의 날씨에 교도소 난방까지 끄며 참전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Meduza)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재소자 인권 단체 '철창 뒤의 러시아'(Russia Behind Bars)의 올가 로마노바 대표는 “그들(러시아 정부)은 영하 기온에서도 난방을 껐고, 수감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하겠다고 동의하도록 극한의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 일부 지역은 기온이 영하 30~40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이 가운데 난방을 끄는 것 같은 방법으로 수감자들을 전선으로 내몰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머지 러시아인들로부터 환심을 사고 있다고 로마노바 대표는 주장했다.
이에 러시아 연방교도국(FSIN)은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모든 형벌 기관은 법이 정한 온도기준을 준수하며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난방과 관련된 고장 및 사고는 어디에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현재도 그런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2022년 여름부터 사면을 조건으로 전국 곳곳의 교정시설에서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죄수들을 모집했다.
계속된 차출로 러시아 내 재소자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러시아 법무부 차관 프세볼로트 부콜로프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42만명이었던 러시아의 재소자 수는 현재 26만6000여 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소자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참전을 이유로 중범죄자까지 사면돼 일반 시민들의 치안까지 위협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11월 남부 바시코르토스탄공화국에서는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으로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뒤 살인죄를 사면받은 한 남성이 지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해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0월 서부 리페츠크주에서도 사면받은 전 바그너그룹 용병이 전처와 네 살배기 딸을 무차별 구타한 사건이 있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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