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평양을 출발해 함경남도 검덕(금골)으로 향하던 여객열차가 노후화된 철로와 전력 부족으로 전복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사고로 수많은 사상자가 나와 북한 당국이 '시체처리 전담반'까지 조직했지만 사고 2주 뒤까지도 수습이 계속되고 있다는 전언이 나왔다.
1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익명을 요구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6일 폭설이 내린 상황에서 평양~금골행 열차가 함경남도 단천역을 지나 전복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노후화된 철로와 전력난으로 인해 동암~리파역 사이에 있는 높은 고개를 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15일 오전 평양에서 출발한 열차는 정시 운행시 금골까지 13시간이 소요된다. 단천역에서 여해진-천곡-답동-가응-광천-운천역을 지나면 동덕역부터 경사가 시작된다. 동암-수촌-시평-리파역까지 철로는 해발 700m 높은 고도에 위치했다.
소식통은 RFA에 사고당일 단천역 인근에 폭설이 내렸다며 “동암역에서 고바위(급경사)가 시작되어 열차 속도가 늦춰지더니 리파역으로 올라가는 철로에서는 기관차 견인기 전압이 약해 헛바퀴가 돌다가 (열차가 전체적으로)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관사가 열차 제동을 걸었지만 열차가 뒤로 밀려 내려가다 가속도가 붙어 그대로 신평역에서 탈선되며 뒤쪽 객차에 탑승했던 승객들이 산 아래로 떨어졌다”며 “또 동암역으로 내려가면서 연이어 탈선해 (골짜기로) 굴러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단천역까지 밀려 내려갔지만, 선두부 바로 뒤에 연결된 2량은 탈선하지 않고 멈춰 상급열차에 탄 간부들은 살았다고 전했다.
RFA는 “북한의 여객 열차는 일반적으로 9~11량 연결해 운행하며, 앞쪽 1-2량은 간부 전용 상급열차이며 이어 수화물 차량 1량, 일반승객용 7량이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전복된 7량에 탑승한 인원은 4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흥에서 나오는 왕감자나 검덕에서 나오는 연·아연을 실어나르기 위해 항상 만원인 열차였다. 소식통은 “나머지 7개 열차에 탔던 주민 대부분이 사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사고가 일어난 날이 당 전원회의(12월 27일)가 개최되기 하루 전이었다며, “사고가 보고됐지만 당국은 해당 사고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열차가 전복된 단천일대를 비상구역으로 선포하고 주민여론 통제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구조된 중상자들은 단천시 병원에 호송됐지만 항생제 등 해열제가 부족해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고도 했다.
당국은 이 사고와 관련해 함경남도 사회안전부와 교도대 인력을 차출해 시신을 수습하고 가족에게 사망 소식을 알릴 '시신처리 전담반'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식통은 RFA에 소식을 전한 1월 13일 당시에도 전담반이 운영됐으며, 이달 안으로도 마무리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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