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부품 제조기업 대표 A씨는 지난해 가까스로 75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유치를 확정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벤처 투자 혹한기 속 선뜻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VC)을 비롯한 투자자는 구체적인 매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선제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 입장에선 어려운 현실이라고 하소연한다.
벤처업계가 경기 부진에 시름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사정이 악화된 기업이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 열 곳 중 네 곳만 올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벤처업계는 금융비용 지원과 연구개발(R&D) 지원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벤처기업협회는 벤처기업 56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경기 실적·2024년 경기 전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5.0%가 지난해 경영 실적이 2022년 대비 악화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영상황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31.1%다. 악화 응답이 긍정 응답보다 많았다.
현재 당면한 경영 애로사항으로는 벤처기업 33.6%가 내수판매 부진을 꼽았다. 전체 조사기업 중 지난해 내수판매 실적이 악화된 기업은 43.9%에 달했다. 채산성이 악화된 기업은 51.1%,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은 38.0%, 수출 사정이 나빠진 기업은 34.6%였다. 자금사정과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도 30% 안팎을 차지했다.
올해 경기전망으로는 응답기업의 39.6%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34.3%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란 응답은 26.1%였다. 투자유치·자금 대출·인력 수급 등에서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 예상한 기업이 많았다.
벤처기업은 올해 경영실적 개선책에 대해 22.6%가 원가 절감·긴축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신규 사업 추진 등 사업 다변화와 신규 판로확대가 각각 21.6%, 20.1%로 뒤를 이었다.
벤처기업 성장에 필요한 정부 지원정책으로는 금융비용 부담완화가 35.5%로 가장 많았다. 연구개발(R&D) 지원 확대도 32.2%에 달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난해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금융위기, 민·관 벤처투자 위축 등으로 기업 경영이 어려웠다”면서 “올해는 경제전망을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벤처기업이 더 많은 만큼 신규 사업 추진과 신규 판로 확대 등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