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임원들이 경영 악화에 책임을 지고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17일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경영진과 임원들은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해 특단의 대책 마련과 솔선수범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올해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며 “조속한 경쟁력 확보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AI혁명 시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 혁신과 허리띠를 졸라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데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대표), 사업부장, 임원이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조처는 유례 없는 반도체 경기 침체 영향으로 삼성전자 DS 부문이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1분기 금융위기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후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황이 조금씩 회복될 기세지만, 전방 산업 위축으로 반등 시기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 속에서 선제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또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제품 수요가 늘고 있지만, 경쟁사와 견줘 시장 주도권을 쥐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 임원이 연봉을 동결한 것은 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2015년 실적 악화 때 이후 처음이다.
한때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의 버팀목이었던 DS부문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악화로 체면을 구겼다. 작년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 수혈받기도 했다. 작년 DS 부문 연간 영업손실은 14조원대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점진적으로 적자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DS 부문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선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기와 같은 실적을 기록하려면 올 연말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시경제와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반도체 회복세 속도가 예전처럼 빠르지 않을 전망”이라며 “3~4분기쯤에야 정상 궤도에 올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31일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