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신한 '더모아' 카드, 원칙 있어야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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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상품 손해가 크다고 약관 수정을 허용해준다면, 수익이 크게 났을 때 그걸 제대로 이용자들에게 돌려줍니까?”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신한 '더모아' 카드가 약관변경을 통해 혜택을 축소하려 하자 소비자들이 내놓는 비판이다.

'잔돈 적립'을 콘셉트로 설계된 더모아는 포인트 적립에 한도를 두지 않아 출시 당시부터 우려가 많았다. 원칙적으로는 한 가맹점에서 하루 1번만 적립이 가능했지만, 이용자 1명이 카드를 중복 발급받거나(현재는 불가능하다) 가족명의 여러 장 카드를 몰아 쓰고, 통신요금과 공과금을 분할결제 하는 방식으로 카드사 설계 의도와 다른 '체리피킹'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에 더해 가맹점 업종과 상품코드 구분이 어려운 해외결제를 통해 막대한 포인트를 적립한 사례가 나타나자 손해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더모아 카드로 인해 신한카드가 본 누적 손실은 1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손실 대부분은 선량한 카드 소비자가 아닌 조직적인 블랙컨슈머가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일부 약사들과 가족, 지인 890명이 서로 각자의 매장에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부정결제를 일으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스템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는 신한카드가 해결해야 할 지점이다. 상품 약관 변경이 아니라 지속적인 감시와 적절한 대응을 통해 통제해야 한다.

약관 개정이 추진 중인데,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에게 불리한 상품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더모아 카드 이외에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신용카드 상품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방식으로 기업이 이익을 많이 보는 상품은 남기고, 소비자가 이익을 보는 상품은 계약조건을 바꿔서라도 없애버린다면 불공정성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