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면역항암 치료제의 위암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첫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체 의학으로 주목받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세계 최초 암 치료제 탄생 기대감도 높아진다.
지놈앤컴퍼니는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심포지엄(ASCO GI 2024)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 치료제(GEN-001)의 위암 환자 대상 임상2상 컷오프 데이터(주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학회 기간 중 220개 포스터 발표 중 '톱5'에 선정됐다.
GEN-001은 락토코커스락티스 단일균주를 주성분으로 하는 경구용 치료제로, 위암 대상 임상2상은 독일 머크의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와 병용 투여로 진행했다.
이번 임상은 이전 면역항암제 투여와 관계없이 2차 이상의 표준 치료에 실패한 'PD-L1 양성' 진행성 위암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종 암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국내 6개 기관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해 5월 임상2상 중간 분석의 긍정적 결과를 발표했으며, 현재까지 진행한 임상 2상 시험 세부 톱라인 데이터를 이번 ASCO GI에서 최초 공개했다.
임상 2상에 참여한 42명 환자 대상 유효성 평가 결과, 부분 반응은 7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면역항암제를 투여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 8명 가운데 3명이 객관적 반응을 보였다.
암세포 전이 등이 없는 무진행 생존 기간 중간값은 1.7개월, 전체 생존율 중간값은 7.9개월로 나타났다. 바벤시오 단독 투여의 경우 무진행 생존기간이 1.4개월인 것과 비교해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부작용 역시 설사나 식욕부진 등이 일부 관찰됐지만 심각한 약물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개발 업체 중 최초 사례”라며 “특히 이번 시험에서 기존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았던 환자 8명 중 3명이 객관적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항암제의 안전하고 이상적인 파트너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놈앤컴퍼니는 향후 반응 지속시간과 바이오카머 분석 데이터, 전체 생존율 데이터 등을 추가로 확보해 개발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협력사인 머크를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도 진행한다. 특히 MDS 키트루다와 병영 투여하는 담도암 치료 임상시험도 작년 9월 착수한 만큼 물질의 상업적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에 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은 오래전부터 시도됐지만 블록버스터급 신약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세레스테라퓨틱스가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경구용 치료를 허가 받았지만 암처럼 시장성이 큰 영역은 아니다. 지놈앤컴퍼니는 첫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배 대표는 “기존 위암, 담도암 표준 치료제와 병용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뒤 이후 지속적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것”이라며 “GEN-001이 실제 환자에게 쓰이는 시점은 5~7년으로 보지만 단기적으로 라이선스 아웃 등 상업화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