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경쟁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 업계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정위는 기획재정부 등 핵심 부처와 세부 기준 등에 대해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이해당사자인 업계와는 관련 기준 등에 대해 소통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당사자가 소속된 단체는 외면하고 엉뚱하게 대기업 단체에 협조를 구하고 다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IT 협·단체인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공정위와 플랫폼경쟁법 관련 면담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디경연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설립한 단체로 대표 플랫폼경쟁법 관련 이해관계가 깊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디경연은 플랫폼경쟁법 관련 초안을 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정위는 이해당사 기업은 외면한 채 엉뚱한 경제6단체에 대해 플랫폼경쟁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플랫폼업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17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났고, 18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과 신년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만났다. 해당 법 제정을 위해 업계와 소통하겠다면서, 정작 이들이 소속되있지도 않은 경제6단체를 만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공정위는 기획재정부 등 핵심 부처와 세부 기준 등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세부 기준을 관계부처에 공유하고 법안에 대해 윤곽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 세부 내용 확정이 임박했지만 정작 이해당사자인 디경연 등에는 '깜깜이 입법'을 시행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경쟁법 자체가 '옥상옥' 규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충분히 규제받고 있는데 추가로 규제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플랫폼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들은 오히려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무리한 플랫폼경쟁법 추진은 통상 마찰 문제도 야기할 조짐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공정위의 사전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를 언급하면서 “한국에서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공산당에 선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정위와 통상당국은 조만간 플랫폼경쟁법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전문가 또한 사전규제 도입은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흐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TMT그룹 총괄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전지정제도는 문제점이 심각해 20년 전에 폐지한 제도”라면서 “20년 전에 폐지한 제도를 글로벌 경제전쟁의 와중에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