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ETF 승인을 학수고대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ETF 승인 이후 되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열흘간 9%나 하락해서, 상승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자못 실망스러운 분위기다. 왜 이렇게 하락하고 있나. 전문가들은 가격상승에 따른 차익매물과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비트코인 펀드(GBTC) 환매 압력을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단기 상승에 따른 차익매물은 주식시장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겐 충분히 수긍이 가는 요인이다. 작년 초만 해도 2200만원 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승인 전후로 한때 6300만원 이상으로 3배나 올랐기 때문.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주식시장 격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또 하나는 그레이스케일 펀드의 환매 압력. 그레이스케일은 SEC(미국 증권관리위원회)와의 소송으로 신규판매가 어려워지면서 자금압박이 심했었다. 따라서 이번에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펀드(약 38조원)도 현물 ETF전환이 허용되면서, 현금 수요에 따른 환매 요청 쇄도로 가격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심은 향후 전망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단기 하락 조정, 중장기 상승세'가 대다수 의견인 듯 싶다. 비트코인 가격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요인을 짚어보자.
플러스 요인은 첫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의 신규 수요를 꼽는다. 미국 기관투자자 포트폴리오(약 6경 원)의 편입 대상이 되는 만큼, 향후 중장기 최대 호재라 할 만하다. 1%만 편입된다 해도 무려 600조원의 신규 수요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 올해 기대되는 신규 수요로는 적게는 500억 달러, 많게는 2000억 달러이고, 대체적으로 1000억 달러(130조원) 내외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둘째, 4월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도 상승 요인이다. 비트코인은 구조적으로 채굴에 대한 보상(비트코인 지급)이 4년마다 반씩 줄어든다. 수요 대비 공급의 증가 속도가 줄면 가격상승압력으로 작용하기 마련. 과거 세 번의 반감기(2012년, 2016년, 2020년) 때도 매번 비트코인 강세장의 방아쇠 역할을 했었다. 다만, 반감기 전후 6개월가량은 보유 비트코인을 팔아서 채굴 비용 등을 충당하기 때문에,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외에 전쟁, 물가 상승 등 환경이 불확실할 때, 비트코인의 '대체 자산' 강점이 부각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비트코인은 '디지털 가속화'라는 구조적 추세에 맞춰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점에서 물가 변동에 따라 수요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금보다 훨씬 강력한 대체자산이라 할 만하다.
마이너스 또는 위험 요인은 뭔가. 첫째, 그레이스케일의 환매 압력이 얼마나 지속될까이다. 예단은 어렵지만, 그레이스케일 GBTC펀드의 비트코인 매입가격대가 약 2000~3000만원이라고 보면, 4000만원 초중반 가격대까지는 환매 요청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또한 GBTC의 수수료는 약 1.5%로 다른 펀드의 수수료(0.2~0.5%)보다 훨씬 높은데, 이 점도 환매 압력이 꽤 오래 지속될 거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시장에선 GBTC 보유 비트코인 물량의 약 절반(31만개, 18~19조원)이 나올 때까지는 지속될 거란 의견이 많다.
둘째, SEC와 미국의 대표적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간의 소송 이슈다. SEC는 코인베이스가 거래한 15개 코인이 '증권성'이 있음에도 불구, 신고하지 않고 거래했다 해서 소송을 제기했는데, 약 5~6주 이후면 법원의 1차 판결이 나온다고 한다. 증권성이 인정되면 비트코인에 악재,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호재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로선 불확실한 상황이다. 셋째, SEC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인 점도 신규 수요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아니라, 작년 8월 그레이스케일과의 소송에 패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겐슬러 SEC위원장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위험자산이며 ETF 승인이 가상자산 지지는 아니다'라는 인터뷰도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비트코인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그럼 상승·하락 요인을 종합하면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다양한 시장 의견이 있지만, 당분간은 블랙록의 IBIT를 포함한 비트코인 신규 수요(1/18일 기준 3.9조원)보다 차익매물과 GBTC의 환매 압력이 훨씬 클 거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향후 1~2개월은 하락세, 매물이 소화된 그 이후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판매 증가와 함께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 반전될 거라는 전망이다. 만약 코인베이스가 '증권성' 소송에서 승소하게 되면, 5월 이후로 예정된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도 커질 수 있고, 그 경우 이더리움과의 시너지로 비트코인·이더리움 모두 가격상승 효과가 예상된다. 아무튼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수록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허용에 대한 투자자 요구가 거세질 것인 만큼, 금융당국의 꼼꼼하면서도 신속한 정책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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