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은 사업이 끝나는 순으로 줄여나가는 게 상식적입니다. 갑작스럽게 예산을 삭감하면 어떻게 정부나 기관을 믿고 R&D 계획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정부의 R&D 예산 삭감 후폭풍이 거세다. 모든 부처 R&D 예산이 줄었고,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올해 20% 넘게 축소됐다. 이 여파는 중소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확산일로다.
최근 R&D 예산 협약 변경서 서명을 위해 진행한 설명회에서는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업계는 대부분 감액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감액에 서명하지 않으면 예산을 받을 수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적은 정부 예산이라도 한 줄기 빛이 되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 불응 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물론 마냥 정부를 욕할 수는 없다. 정부 예산 감액 의도는 분명했다. 종전 보조금 성격의 '뿌려주기식 R&D 예산' 문제점을 혁파한다는 이유다. 다만 최근 R&D 예산 삭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갑작스럽게 올해 예산을 증액한다고 발표했다.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뿌려주기식 R&D 예산 문제가 해결된 건지도 모르겠다.
최근 정부나 중기부가 내건 중소기업, 스타트업 방향성은 명확하다. 이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초격차 혁신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한다. 하지만 내년, 아니 내일 어떤 정책으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미래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우산 아래 온전히 사업을 영위하도록 불확실성 없이 사업하고, 이들이 혁신해 해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런 불확실성을 소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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