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전격적으로 만났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공천 여부에 대한 입장 차이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지 이틀만이다. 이들의 깜짝 민생현장 동행이 당정 갈등의 해소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긴급 방문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합류하면서 같이 사고 현장을 점검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시작된 불로 시장 점포 227곳이 탔으며,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권혁민 충남 소방본부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고, 올해 가장 추운 날씨 속에서도 인명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해 준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바람이 많이 불어 피해가 커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장에 나온 150여 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인근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며 함께 동행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 협력하여 필요한 것을 즉각 지원하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또 주민들의 특별재난지역선포 요청에 “특별재난지역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현장을 같이 둘러보면서 강추위 속에 진화 작업을 하는 현장 인원들을 격려했다. 이후 대통령 전용열차로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당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다. 갑자기 이뤄진 만남이라 당정 갈등의 봉합 실마리를 찾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양측이 봉합 혹은 결별의 아슬한 길을 걸으면서 '윤심' '한심'으로 나눠지는 양상까지 펼쳐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내부 분열 조짐까지 나오자 당내에서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확전을 멈추고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이대로는 '공멸' 할 수 있어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결국 충돌 3일만에 민생 행보 '투샷'이 나오면서 그간 여권에선 우려했던 갈등은 빠르게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예상됐던 긴급 의원총회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