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과정에서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쪼개졌다면, 정보화는 핵가족을 다시 1·2인 가구로 축소시켜 버렸다. 이러한 급격한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도 적지 않다. 혼자 사는 집 화장실에서 문이 고장나 몇 시간씩 갇혀 있었다는 일화도, 고독사한 사람이 몇 달 뒤에 발견되는 일도 드물지 않은게 요즘 세상이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1인 가구도 엄연한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혼자 산다는 것이 곧 사회적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혼자 사는 사람들도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 전국 곳곳에서 만나 틈만 나면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중심이 된 마라톤 동호회, 주말마다 전국의 산을 찾아 다니는 등산 모임, 특정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게임동호회, K팝 그룹이나 트롯 스타들의 팬들이 모이는 팬클럽 등이 좋은 예다. 기호와 취미에 맞춰 서로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친교를 맺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들이 등장하여 대가족 시대의 친족 모임과 마을 공동체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이웃(Nextdoor)이라는 앱을 통해 이웃간 행사 정보도 나누고, 안전관련 우려되는 사항을 공유하기도 하며, 안쓰는 물건을 내놓아 교환하기도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아파트 주민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다양한 아파트 커뮤니티 앱들이 활용되고 있으며, 당근과 같은 지역 중고물품 거래 앱이나 지역 오픈채팅방도 많다.
그런데 사회적 연결망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고 개인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경제활동만을 하면서 혼자만의 세계로 침잠해가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혼자서 칩거하는 사람이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어려워지게 되면 바로 생존의 위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주변에서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때로는 이러한 고립이 가족 단위로 일어나기도 하는데, 빚에 짓눌려 도무지 기를 펼 수 없는 경제적 여건 아래 결국에는 아이들의 교육도 포기하거나 좌절의 나락으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 시대에도 우리의 희망은 공동체 회복에 있다. 높은 산이 있으면 낮은 골도 있기 마련인 인생사다. 나도 불행한 이웃의 한사람이 될 수 있기에, 이웃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손을 내미는 온정의 손길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제도적으로 펼치는 각종 복지 정책도 필요하고, 그러한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민간 영역의 상호부조, 자선활동도 중요하다.
외부의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도 방법을 알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정보기술은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노인 1인 가구에 인공지능스피커를 설치해 말벗이 되어드리도록 하고 비상시 연락매체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예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가 융합된 차세대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 가전기기와 센서들이 연결된 사물인터넷, 실시간 빅데이터 처리기술, 첨단 디지털헬스 앱 등은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데 요긴한 기술이다. 갈수록 늘어가는 노인 인구와 육아에 허덕이는 직장인 엄마, 인력난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를 위해 급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쓸모도 눈여겨볼 만 하다.
1인 가구의 85% 이상은 건강관리, 외로움, 재정상태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으며, 다인 가구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오래 전 만화영화의 주인공 로봇처럼 앞으로 사회적 공감과 연대를 회복하는 첨단 기술에 기대가 크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고민해야 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