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가 반도체 주요 소재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에 추가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해 초 인수한 엠케미칼(옛 메카로 화학사업부) 설비 투자와 화학물질·특수가스 공급 확대를 위한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다. 반도체 소재 응용 연구소도 신규 설립하는 등 내년까지 3억유로(약 4300억원)를 한국에 투입한다. 머크는 1668년 설립된 독일 과학기술기업으로, 최근 반도체 소재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는 “반도체 전구체를 생산하는 엠케미칼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추가 투자 규모와 시점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엠케미칼은 메카로 화학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머크가 1462억원에 인수한 기업으로, 반도체 트랜지스터 내 절연막 소재인 고유전율 전구체를 개발·생산한다. 충북 음성에 자리잡고 있다.
머크는 엠케미칼 인수에 이어 올해 양산 인프라까지 확충, 고유전율 전구체 생산의 전진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만 전구체를 공급하지만, 생산 능력을 키워 고객을 다각화하고 해외 수출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머크는 엠케미칼의 더 큰 입지와 역량을 확보해 공급망을 강화하고 생산 및 연구개발(R&D) 인력을 추가 채용해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머크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추가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머크가 한국에 투자할 '실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머크는 2021년부터 5년간 30억유로(약 4조3500억원)를 글로벌 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중 6억유로(약 8700억원)를 한국에 배정했다. 엠케미칼 인수 뿐 아니라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쓰이는 세정액(린스)도 국내 생산 체제를 조성하는 등 지금까지 머크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6억유로 중 50% 수준이다. 2025년까지 약 4000억원 이상의 투자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머크는 한국 투자의 일환으로 'SOD 응용 연구소'도 신설하기로 했다. SOD(Spin-on Dielectrics)는 반도체 트랜지스터 간 절연하는 물질로, 머크는 반도체 제조사 공정에 최적화하는 방안과 협업 프로젝트를 이 신설 연구소에 맡길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이뤄졌던 서비스였는데 국내 고객사 업무 협력을 보다 신속하고 긴밀하게 진행하기 위해 국내 연구소 신설 투자를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올해 반도체 제조 공정과 유사한 모사 설비와 분석 장비를 갖추고 관련 인력도 추가 확보한다. 연구소는 안성 사업장에 설립할 예정이다.
머크는 반도체 화학물질·특수가스 공급장치와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딜리버리시스템및 서비스(DS&S)' 투자도 추진한다. 국내 반도체 공장(팹) 추가 계획에 따라 공급 인프라 구축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김 대표는 “현재 (투자 검토가) 순조롭게 진행중이며 세부적인 내용은 적당한 시기에 공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