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공장(팹) 장비 투자는 메모리가 이끌 전망이다. 지난해 메모리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던 것과 대비된다. 메모리 중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관련 장비 투자에 자금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팹 장비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6.5% 증가한 1075억달러(약 143조8135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투자 증가세는 메모리에서 한층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야별로 파운드리는 610억달러(약 81조6058억원)로 전년 대비 3.3% 증가하는 데 그치지만, 메모리는 33% 급증한 280억달러(약 37조352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메모리 투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 감소로 가격이 반등하면서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공급사들은 지난해 업황 악화로 투자를 축소했다. 작년 메모리 장비 투자액은 210억달러로 전년 대비 34% 급감한 것으로 추산돼 같은 기간 22% 증가한 파운드리 장비 투자와 엇갈렸다.
올해 메모리 투자는 HBM와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다른 투자는 보수적으로 집행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도체 장비사도 HBM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세계 3대 장비사 중 한 곳인 램리서치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 관련 D램 및 패키징 (장비) 출하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D램 성장은 공정 기술 고도화와 HBM 물량 확대가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메모리 제조사들의 투자 전략에 따라 반도체 장비사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HBM 생태계에 속한 장비사는 수혜가 전망된다. 반도체 사이클에 영향을 받았던 기존과 달리 HBM은 수주 방식이라 한번 HBM 공급망에 진입한 회사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도 예상된다. 이 또한 기술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장비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추세는 10~30년간 이어져 산업계를 재편할 것”이라며 “레드오션에서는 가격 경쟁이 심화되기에 장비사들은 HBM 등과 같은 블루오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관련 기술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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