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에 미국 대선 리스크가 번지고 있다.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가 발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공언한 탓이다.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공격적으로 공장을 건설해온 우리 배터리 기업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있다. KOTRA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배터리 3사의 연간 북미 생산 규모는 428.5GWh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낙관론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IRA를 완전 폐기 수준으로 개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근본적인 흐름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선제적인 대응하는 전략은 언제나 필요하다.정치·외교적 이슈인만큼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목소리와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 역시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이미 북미 투자에 나서려던 일부 소재·부품 기업들이 최종 투자 결정을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루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대규모 투자를 확정한 뒤 IRA 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계획된 전략도 달라진 시장 상황을 반영,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과잉투자가 있다면 조정하고 유연하게 투자 시기를 수정해야한다.
무엇보다 IRA 의존도를 줄이고 보조금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본질적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다.
결국 원가경쟁력이 있어야 전기차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 '캐즘'(대중화 전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하는 시기)을 극복하고 전기차 대중화 시기를 앞당겨 시장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