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시스템 개발과 관련, 범용(retail) CBDC와 기관용(wholesale) CBDC의 '투 트랙'으로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범용 CBDC 연구와 관련 영지식증명 등 기술의 적용 가능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한은 내부에서는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 1팀과 2팀이 CBDC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이다. 1팀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다. 2팀이 추진 중인 CBDC 활용성 테스트는 탄소배출권, 공공 디지털 바우처 등의 발행과 관련돼 있어 실질적으로는 홀세일 CBDC로 평가된다. 실제로 테스트 목적 외 개인 간 송금 등은 불허할 계획이다.
통상 CBDC는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현금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리테일 CBDC와 금융기관이 발행해 기관끼리 자금거래, 최종 결제 등에 활용하는 홀세일 CBDC로 구분짓는다.
리테일 CBDC의 경우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침해 쟁점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특성 상 CBDC 역시 자금의 흐름이 투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개인의 전자지갑 주소가 특정되면 정부 또는 기관이 개인의 송금과 결제 이력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해 CBDC 도입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인도중앙은행 역시 리테일 CBDC는 익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영지식증명 기술이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데, 한은 역시 지난 2022년 국내 스타트업 지크립토와 CBDC 거래 시 영지식증명을 이용한 익명성 보장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리테일 CBDC 연구 역시 이에 대한 확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보고서 발간을 통해 CBDC 발행이 중앙은행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과 법적 기술적 이슈를 검토하고, 이듬해 전담 조직을 설치해 2022년까지 모의실험을 통한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점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리테일 CBDC는 이미 앞서 2020년부터 준비를 해서 재작년까지 은행을 통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연계 실험까지 끝마친 바 있다”며 “통화시스템과 예금토큰을 포함하는 홀세일 CBDC 활용테스트를 하면서, 리테일 CBDC와 관련돼 있는 기술 고도화와 관련된 연구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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