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이 활발했던 조선후기에 '거간꾼' 이라는 자들이 나타났다. 흥정이 주업인 이들은 상거래 대부분에서 활동했고, 대표적인 것이 집주름과 소거간꾼이다. 집주름은 지금의 부동산중개인이다. 조선고서에 따르면 집주름이 “큰집, 작은집을 가리지 않고 천냥을 매매하고 백냥을 수수료로 받았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소거간꾼은 우시장 안에 말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소를 파는 사람에게 말뚝세를 받고 중개도 겸했는데 거래액의 1이나 2정도를 구전으로 챙겼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칼럼('안나 카레리나의 독백')이 게재되고 몇 통의 메일을 받았다. M&A플랫폼이 등장하면 M&A브로커, M&A컨설턴트가 없어지냐는 것이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 글을 쓰기 전에 국내 M&A시장, 특히 부정적 상황을 고찰해보자. M&A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IMF 시절일 것이다. 친숙했던 많은 기업, 은행부도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으며 M&A는 온통 부정적인 인식만 남겼고, 현재도 'M&A=기업실패'라는 문화가 팽배하다. 괴테는 말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수 없다고, M&A 감추기에 급급한 기업인은 주변에 아름아름 거래를 의뢰하고 이는 다단계 중개 행태로 이어진다. M&A브로커가 탄생하는 것이다. 피해는 부메랑처럼 기업에 돌아온다. 필자는 2010년초 회사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상장사 한 곳을 매각하려 했다. M&A를 비교적 잘하는 회계법인 한 곳을 지정했고, 보름쯤 지났는데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시장소문을 들었다며 자신이 중개해도 되겠냐는 것이다. 이후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며, 직원들의 동요가 시작됐고, 은행은 난데없이 대출 상환을 요청했다.
'아름'은 두 팔로 가둘 수 있는 범위를 말한다. M&A시장에서의 아름아름은 시장의 폐쇄성을 의미하는데, 이는 비단 카르텔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독점, 이중삼중 브로커의 개입으로 시간과 비용 낭비,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 상거래에서의 정당한 대가란 땀 흘려 일하고, 성실히 노력한 대가다. 이익이 많다면 끊임없는 원가절감의 결과다. 거간, 브로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들이 얄팍한 인간관계, 수완으로만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중개와 중재는 다르다. 중재는 견제, 지휘다. 즉 다양한 데이터와 조언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유도하고,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한다. M&A컨설턴트는 탁월한 중재자이며 전략가다. 현상 분석, 전략 구축, 비전 설계는 물론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재무제표를 슬쩍 훑어만 봐도 분식지점까지 꼽아 낼 정도다.
아톰(물질의 최소단위)이 가고, 비트(디지털의 최소단위)가 왔다. 세상은 온통 디지털로 탈바꿈했고, 정보의 사슬도 끊겼다. 특히 다양한 산업의 스타게이트 역할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탈중앙화, 탈중개화를 촉진하며 공정한 접근과 교환을 실현했다. 특히 비대면 구조설계로 정보유출도 원천 차단된다. 기업은 생물이다. 버는 돈에 따라 가치도 변하고, 치명적인 결함으로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유기체처럼 성장하고, 변화하며, 주변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기업을 분석하고 합당한 대가를 추정해 내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할 것이다. 잘 다듬어진 플랫폼, 유능한 컨설턴트와의 컬래버로 M&A정보카르텔, 발로 뛰는 M&A는 탈피하자!
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 tskim@pivotbridge.net
〈필자〉1988년 대학시절 창업한 국내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경영인이며 M&A 전문가다. 창업기업의 상장 후 20여년간 50여건의 투자와 M&A를 성사시켰다. 전 바른전자 그룹회장으로 시가총액 1조원의 벤처신화를 이루었다. 2009년 수출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그가 저술한 '규석기시대의 반도체'는 7년연속 베스트셀러를 이어가며 대학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현재 세계 첫 언택트 M&A, 투자매치 플랫폼 피봇브릿지 대표 컨설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