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일본 도쿄에서 건물 폭파 사건을 일으킨 후 도주한 '지명수배자'를 자처한 남성이 29일 사망했다고 NHK 등 인본매체가 보도했다.
우치다 요라는 이름의 남성은 일본 가나가와현에 있는 한 병원에 말기암으로 입원한 환자였다.
그는 최근 병원 관계자에게 “마지막으로 내 이름으로 죽고 싶다”며 자신이 지명수배된 용의자 기리시마 사토시(70)라고 밝혔다.
기리시마는 1970년대 일본 전범 기업 본사나 공장을 잇따라 폭파한 급진 무장투쟁 단체인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의 조직원으로, 1975년 4월 도쿄 긴자에 있는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건물 폭파 사건과 연루된 혐의로 전국에 지명 수배된 인물이다.
자신이 기리시마라고 주장한 남성은 당시 보도되지 않은 사건의 자세한 정황이나, 가족들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그가 기리시마 본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 25일 친족과의 DNA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DNA 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며, 기리시마의 가족 역시 “사토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결론 나지 않은 상태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1970년대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단체다. 1974년 8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폭파사건, 같은 해 10월 미쓰이물산 본사 폭파사건 등 1974∼1975년 일본 기업 본사나 공장을 연속적으로 폭파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대학 중퇴생, 한국 근현대사 전공 대학원생, 회사원 등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늑대', '대지의 송곳니', '전갈'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활동하며 폭탄의 제조 방법 등을 공유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등 투쟁 노선을 고수해왔다.
이들은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성장한 주요 기업들을 폭파하며 일제의 무반성과 무책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
조직원들은 대부분 당시 체포돼 수감 중 사망했거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기리시마는 경찰에 붙잡히지 않았다. 현재까지 일본 열차역이나 파출소 등에는 그의 지뱅수배 전단이 붙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 조직원 기리시마 사토시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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