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 계통에서 독특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소위 'ㅇㅇ팝'이라는 네이밍을 앞세운 음악 브랜드화다.
퍼포먼스와 콘셉추얼 비주얼, 세계관 등을 기초로 고유 팀을 브랜드화해왔던 이들이 음악 자체를 브랜드화 시키는 움직임은 그룹 자체는 물론, K팝 업계 전반에 이전과 다른 톤의 트렌드 조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위 5세대 아이돌의 또 다른 정의가 될 움직임을 보이는 음악브랜드화, 어떻게 비쳐질까? 엔터테인&에서 바라봤다.
K팝계의 브랜드화 역사는 2000년대를 기점으로 한 2세대 아이돌부터 시작된다. 글로벌 인기장르를 벤치마킹해 자신들만의 감성을 표현했던 90년대 1세대 아이돌들과는 달리, 퍼포먼스와 함께 각 음악에 맞는 콘셉추얼 무대를 선보이며 정체성을 강조했다. 실제 19주년을 맞이하는 슈퍼주니어나 21년차 동방신기, 16년차 샤이니, 13년차 빅스 등은 콘셉추얼한 무대와 그에 걸맞는 퍼포먼스 매력을 선보이며, 소위 '퍼포먼스 장인', '콘셉트 장인' 등 수식어와 함께 당대 K팝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3·4세대 아이돌은 기존의 콘셉추얼 무대와 퍼포먼스를 잇는 '세계관' 개념이 그룹의 브랜드 기준으로서 새롭게 자리잡았다. 대표적으로 엑소·NCT 등은 글로벌 인기장르에 따르는 자신들만의 음악감성과 퍼포먼스 등 2세대의 기준에 더해, 초능력·글로벌 지역기반·해적 등의 세계관 포인트를 더하면서 무대 위 콘셉추얼 감각과 함께 드라마틱한 콘텐츠들을 통해 그룹 브랜드를 구축했다. 이러한 모습은 2010년대 후반 활성화된 SNS와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영상플랫폼을 통해 무대 안팎을 넘나드는 소통감과 연결되며, 글로벌 브랜드 아이콘으로서의 4세대 아이돌 트렌드로 형성됐다.
이러한 흐름에서 'ㅇㅇ팝'이라는 자체적인 음악 네이밍은 새로운 각도의 K팝 브랜드화다. 2022년 2월 데뷔한 엔믹스(NMIXX)는 '믹스토피아'라는 세계관과 함께 자신들만의 장르 키워드로 '믹스팝(MIXX POP)'을 내세우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K팝 상의 곡 변주 포인트를 더욱 강조하면서, 더욱 폭넓게 무대매력을 선보이는 바탕으로서 엔믹스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또 지난해 9월 SM엔터가 꺼내든 신인그룹 라이즈(RIIZE)는 첫 싱글 'Get a Guitar'와 함께 대중과 공감하는 '이모셔널팝' 키워드를 내세웠다. 가벼우면서도 경쾌한 팝트렌드를 발판으로 펼치는 이들만의 생기발랄함은 일정 수준의 콘셉트 변화 내에서도 이들의 매력을 온전히 기억할만큼 굳건한 브랜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데뷔한 9년만의 플레디스 보이그룹 'TWS(투어스)'는 90년대 만화가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에 모티브를 둔 '보이후드팝' 키워드를 토대로, 평온한 청량감과 함께 날 선 파워칼군무의 대비점을 명확히 보여주며 하나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개별 그룹들의 음악 브랜드화는 어떤 기대효과를 갖고 펼쳐질까? 우선 '탈 K팝'을 외치는 현 시점의 K팝 신에 있어서 음악적인 자유도와 글로벌 이미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 트렌드로 거론되는 808, 트랩 등의 묵직한 힙합사운드와 칼군무, 걸크러시·카리스마 등의 콘셉트표현법이 한동안 K팝의 정석처럼 자리했다. 하지만 가볍고 경쾌한 팝 컬러감, 숏폼 대중이 따라할 수 있는 쉽지만 멋있는 음악과 퍼포먼스가 K팝을 비롯한 글로벌 음악계에 요구되는 지금, 그룹으로서의 정체성 유지와 함께 다양한 음악적 도전을 간단히 설득시킬 수 있는 핵심으로 음악적 브랜드화가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음악 외적인 산업과의 연결고리 또한 음악브랜드화의 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최근 K팝은 콘셉추얼한 무대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무대, 퍼포먼스, 콘텐츠 등의 음악산업 연관 항목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접점을 이끌기도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음악의 브랜드화는 각 그룹들의 캐릭터화 전략과 함께 자연스러운 친숙감으로 다가설 수 있다.
일례로 팝업 스토어는 당초 그룹의 정체성이 분명히 각인된 이후 팬덤소비를 이끄는 촉매제 격으로 활용되지만, 최근의 팝업들은 단순한 굿즈판매 창구가 아닌 체험형 형태로 구축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체험형 팝업스토어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음악적 브랜드컬러에 좌우된다. 엔믹스, 라이즈, TWS를 비롯한 최근 아이돌들은 이를 선제적으로 만들어간다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에스파 등 걸그룹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펼쳐지는 4세대 퍼레이드 가운데서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성이자, 지속성장 가능한 K팝산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차원으로서도 음악의 브랜드화를 촉구한다고 볼 수 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K팝은 음악 플랫폼은 물론, 영상, 숏폼 등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활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기획 단계부터 가볍게 듣고 따라할 수 있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내놓았다. 그러한 경향들 가운데 각자 팀들만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비주얼이나 퍼포먼스 등을 넘어 음악 자체도 브랜드화시키는 경향을 보이는 듯 하다. 음악계의 다양한 브랜드전략들이 아티스트 음악 자체에도 투입되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지 살펴보는 것도 K팝 문화를 재밌게 즐기는 요소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