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일본을 향해 자신들과 평화협정을 맺고 싶으면 '쿠릴열도'(러시아식 표현, 일본식 표현은 '북방영토')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라고 날을 세워 말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정기국회 시정연설과 관련해 이같이 반응했다.
쿠릴열도는 러시아와 일본이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으로, 제2차 세계 대전 막바지 소련에 의해 점령된 곳이다. 일본은 러시아 사할린 관할인 쿠릴열도 가운데 남단 4개섬을 '북방영토'라 부르며 이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한 때 러시아와 일본의 평화조약 일환으로 4개 섬 가운데 2개 섬을 일본으로 반환하는 소련 시절 합의문 초안을 부활시킬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일본의 제재로 양국 사이가 얼어붙으며 무산됐다.
최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은 러시아와의 영토분쟁 해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하는 국가정책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영토 문제'는 러시아 헌법에 따라 완전히 폐쇄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2020년 헌법 개정으로 러시아는 외국 강대국에게 영토를 넘겨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어 “일본도 러시아가 쿠릴 열도를 개발하고 그곳에 새로운 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위 '북방영토'에 관한 일본인들의 감정에 개의치 않는다. 이곳은 분쟁 지역이 아니라 러시아 영토”라고 강조하며 “특별히 큰 슬픔을 느끼는 사무라이들은 원한다면 당연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세푸쿠'(할복 자살)해 삶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또한 그는 일본과 미국의 우호적인 관계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미국이 1945년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곳)를 완전히 잊어버린 채 미국과 프렌치 키스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게 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난 2008년 당시 러시아 연방 헌법은 대통령 3선 연임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푸틴의 지목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러시아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 '푸틴의 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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