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위안과 지리, 동풍소콘 등 중국산 전기 밴이 지난해 국내에서 2500대 가량 판매됐다. 소상공인의 발로 불리던 다마스·라보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 중이다.
중국 소형 전기 밴 3종의 지난 해 국내 판매량은 2474대로, 2022년(1340대) 대비 84.6%나 증가했다.
차종별로 신위안 이티밴은 1064대를 기록해 전년(177대) 대비 501.1% 급증했다. 이티밴은 연간 누적 판매 기준 수입 전기 상용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 처음 진출한 지리 쎄아는 850대가 팔리며 중국산 전기 밴 열풍을 주도했다. 소비자 인지도가 높지 않은 출범 첫해 달성한 괄목할 성과다.
동풍소콘 마사다밴은 560대로 뒤를 이었다. 경쟁 신차 등장으로 전년(1163대) 대비 51.8%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수입사 EVKMC는 마사다밴 주요 부품을 들여와 명신 군산공장에서 최종 조립 생산해 판매한다.
중국 전기 밴의 가장 큰 강점은 경제성이다.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판매 가격을 3000만원대로 낮췄다. 여기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으면 지역에 따라 1000만원 초·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경상용차 수요는 꾸준하지만, 국산차 가운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차종은 전무하다. 과거 국내 일부 중소 전기차 업체가 중국차를 기반으로 신차를 개발해 판매했으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소비자 외면을 받았다. 한국지엠이 만들던 경상용차 다마스·라보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2021년 단종되며 중국 전기 밴이 자리를 꿰찼다.
중대형 버스 시장에서도 중국산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하이거버스 하이퍼스는 394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늘었고, BYD eBus-12는 330대로 275% 늘었다.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커지면서 보조금 싹쓸이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정부도 이같은 의견을 반영해 올해 전기 상용차 보조금을 개편한다.
환경부는 초소형부터 경형, 소형 전기 상용차에 대한 국고 보조금을 지난해보다 100만~400만원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FP 배터리 전기차는 30%가량 추가 삭감될 전망이다. 개편안이 확정되면 중국 전기 밴 판매량에 적지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특정 국가와 마찰을 빚지 않으면서 국산 전기 상용차에 보조금 등 보다 많은 지원책을 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